따스한 햇살이 모든 곳에 내려앉는 동네

이틀의 행복

by 인평동 도치

내가 사는 곳에서 20분 정도를 차로 달리면 갑자기 한적해진 공간을 만난다. 넓고 곧게 뻗은 도로는 더운 여름 바람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지금이야 익숙해져 정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그 동네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인상은 한적하고 커다란 섬동네 정도였다. 그 동네에서 1년 반을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섬이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 동네. 지붕이 낮아 따스한 햇살이 모든 곳에 내려앉는 동네.


인간을 위해 정비된 곳에 살다 보면 자연의 존재를 잊을 때가 있다. 모든 길은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있고 나무는 사람이 여기에 심겠다고 정해놓은 곳에만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벌레가 살기 힘든 높은 콘크리트 서랍 속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이며 나 또한 '아파트 키즈'로써 이 편리함을 한껏 누리며 살고 있다. 사실 지금도 이 아파트 숲에서 벗어날 용기는 없다. 말로는 나중에 주택 짓고 땅에 발 디디며 살아야지, 한다지만 각종 벌레와 온갖 불편함이 걱정부터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동네로 일주일에 이틀 출장을 다녔다. 내가 사는 지역은 바다 근처인데, 그 동네는 다리로 연결된 큰 섬 안에 있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아 섬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한적한 기분이란 그런 기분이었다. 서울, 부산. 크고 높은 도시에서 지내던 기분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시간의 흐름이 여유 있게 흘러가는 기분. 사람도 건물도 모두 한적하다. 일을 하다 보면 배가 고파 일찍 점심을 먹는다. 점심시간에 바깥을 한 바퀴 돌러 나가면 하늘도, 나무도, 나도, 세상 만물 모두가 한갓지다. 초록색과 노란색, 하늘색. 각자의 색을 빛내고 있는 그 동네를 걷고 있으면 발끝이 저릴 정도로 행복을 느낀다. 분명 같은 햇살일 텐데 어찌 이리도 따스한지. 바삐 챙겼던 시간의 흐름은 잠시 두고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에 집중한다. 하늘을 더 많이 보고 싶어 이사를 했으니 이 정도면 성공적인 결과인가.

일이 끝나고 다시 내가 사는 동네로 돌아오면 눈을 감고 여운을 곱씹는다. 그래,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또 느낄 수 있지. 행복한 상황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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