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즐거운 고독 만들기 6

자식뻘 직원과 함께 어울릴 기회

오늘은 자식뻘 나이인 젊은 직원들과 6개월간 함께한 스터디그룹을 통해, 느낀 소감과 이들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이 친구들의 평균 나이가 28세이니 우리 아들과 같은 나이네요).


솔깃한 제안

'혼자 있는 즐거운 상태, 나 자신과 함께 있는 상태'를 즐기고자 한다면, 이미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일종의 실 내 스터디그룹인데 같이 해보시지 않겠냐는 것이었지요.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이니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덥석 스터디그룹에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젊은 친구들이 저에게 함께 하기를 요청한 것이 고맙기도 하고, 아직 쓸모가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힘에 부쳐 참석에 대해 조금 후회는 했지만요.


스터디그룹은...

입사한 지 1년부터 최고 6년 미만인 진짜 젊고 유능한 친구들이 모여서, 개인의 역량 개발을 통해 조직의 역량 향상을 도모하는 자발적 모임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실장 때 아무리 이야기하고 지원을 하겠다고 말을 해도, 이러한 자발적인 스터디그룹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의 과감한 추진과 준비가 이끌어낸 대단한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아마 지금도 제가 실장으로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주어, 조기진급을 시켰으면 하는 차세대 주자입니다).


정해진 주제 없이, 업무와의 연관성에 관계없이, 스스로 공부하여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고 시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항목에 대해 스터디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고, 각자가 발표할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발표하고 설명할 자료를 집에서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요즘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코딩을 배우고 나오는 것 같더군요. 대부분 최신 IT 기술이나 동향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해 볼 정도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저의 경우는 대학 다닐 때(1980년 대) 겨우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베이식(Basic)이 뭔지에 대해 주워들은 정도의 수준이니, 말을 이해하고 따라가기에는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딥러닝, 검색엔진, ChatGPT, AI 등 다소 어려운 과제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뒤처지지 않고 따라 하기는 했습니다. 스스로도 대견할 정도로요.


하나둘씩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재미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번잡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스터디그룹이 진행되면 그냥 듣기만 하는 주변인 정도로 있으려고 했지만, 오랜 팀장과 실장 생활로 인한 습관(?)이 남아서인지 항상 의견을 내고, 대화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스터디그룹 시간을 마치고 나올 때면 '오늘도 또 참견을 했구나' 하는 자조 섞인 웃음이 나왔습니다.



스타디그룹을 마치며...

6개월 정도의 스터디그룹 활동은 제가 평가하기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관하였던 친구는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의기소침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모임을 주관하다 보면 반대 입장에 서있는 사람과 부딪히게 되거나, 같이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되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생각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인간의 욕심은 완벽한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만족을 못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참 동안 주관했던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정도면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100% 성공한 것이라고요. 가만히 지켜보니 눈에 이슬이 맺히는 것 같더군요. 정말로 고생했고 잘 완료되었다고 다시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한참 부산하게 움직였는데 이제 다시 혼자 있을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최신 IT 기조를 따라잡기도 힘들었고, 젊은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쉽지는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것이 있기는 합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저에 대한 모습입니다. 제가 앞으로 좀 더 남은 조직생활을 하면서 가끔 한 번씩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한 내용이네요.

현업에서 오랜 기간 있으면서 쌓아온 지식을 공유하여 주어서 감사.
스터디 활동이 엇나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었다.
겸손하게 후배들을 이끌어 주어서 좋았고,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이었다.
 어려운 자리지만 지켜주어서 고맙다.
갖고 계신 지식 등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해 주세요.
다양한 관점과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매번 다양한 인사이트를 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적어 준 속마음]

이제 젊은 친구들이 바라본 저의 모습, 저에게 요구하는 것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이제 저만의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렇게 주어진 기회에 대해 한번 더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즐거운 나만의 고독을 즐길 시간이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작가의 이전글 이상한 나라의 팀장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