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친구들 중 한 명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고백을 했다(7명이라 7 공주라 칭해본다) 우리는 숨쉴틈도 안 주고 한 명씩 6명이 속사포로 질문을 하는데 앞에 질문에 대한 답변보다는 마지막 질문에 친구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 안 그래도 남친 친구들도 소개팅해달라고 했다는데 너네 6:6 미팅할래?"
미팅이고 소개팅이고 처음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열일곱의 나이 쌩얼도 예쁘다는 말이 무색하게 친구들 얼굴에는 여드름과 뾰루지라는 것들을 기본옵션으로 달고 있었다
나는 어땠냐고? 168cm 48kg 얼굴 하얀 아이였다. 그땐 얼굴이 하얀 줄만 알았는데 중학교 시절 급성장으로 인해 헤모글로빈수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악성빈혈이었다는 걸 그해 학교 건강검진에서 알 수 있었다
"이번주 일요일 ㅇㅇ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
날짜가 잡혔고 우리는 그날 아침부터 자취하는 친구네 집으로 모여 고데기를 하고 아이참을 붙이고 '에퓨'라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팩트를 두들겨댔다
친구커플은 손님이 잘 없는 위치의 카페를 잡았다
큰 테이블에 남자 여섯 명 여자 여섯 명이 앉았고 앞쪽에 친구커플이 앉았다
다들 사이다 콜라를 주문하는 돈 없는 학생들이었다
앉아서 자기소개를 한 마디씩 했는데 시간이 벌써 30분이 지나갔다. 친구커플은사람이 많으니 마음에 드는 사람 2명을 골라서 쪽지에 1번 2번 이름을 적어서 제출하고 번호를 맞춰서 한사람당 10분씩 대화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어느 연애프로그램의 MC처럼 능수능란한 진행을 했다
1. 김번개
2. 김카봇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이름 인용)
와... 헐...
친구커플은 쪽지를 펼치며 연신 저런 말을 뿜어냈다 그리고 내 이름이 가장 먼저 불러졌다.
"으내는 1번 김번개랑 먼저 이야기하고
2번 김카봇이랑 이야기하면 돼!"
당연한 거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친구들은 적어도 한 명쯤은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또는 여자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었다.
6명의 남자들의 1번이 나였던 것이다.
내가 누구를 적었든 나는 원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전성기의 시작인가?'
너무 쉽게 오는 남자는 싫은 나쁜여자였을까? 선택받지 못한 친구들의 의리였을까 나는 6명중 누구와도 만남을 이어가지 않았고 학창시절의 재밌는 추억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