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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내 Jul 24. 2024

여보 지금 교통사고가 났는데

남편은 출장에서 돌아왔고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과 함께 어수선하지만 보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여보 이번 주말에 또 세미나가 잡혔는데.."

"뭔 소리야!! 됐고 가지 마"


듣고 싶지도 않았다


"주말엔 일하지 마! 주일엔 교회에 가고 토요일은 아이들과 같이 보내"


불편함을 내비치고 왜 이리 내 마음이 불편하지 싶었다.. 이달 초부터 남편에게 아빠 기일이라 마지막 주말에는 친정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남편도 나도 그 사실을 깜박했던 것이다


남편은 내 눈치를 보며 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본인도 지방 출장의 여파로 몸이 피곤했던 것 같다


"형 이번주는 참석 못할 것 같아"

"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잘 쉬고 참 금요일 회식 전에 법인회사 상견례 있으니까 일 끝나고 보자!"


회사를 옮긴 탓에 새로운 법인들의 대표를 만나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둘째부터 시작된 기침으로 첫째까지 옮았고 이틀에 한 번씩 소아과를 열심히 출근하는데도 감기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번주 아빠기일이라 애들 데리고 친정집에 내려갔다 오려고 했는데 장맛비 소식도 들려온다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진 않지만 항상 아빠 기일에는 엄마가 서울로 오시든지 우리가 가든지 가족이 함께 보냈고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래저래 이번엔 못 갈 것 같았지만 동생네 부부가 엄마집에 간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금요일 오전미팅을 마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오후일이 취소되어서 지금 회사로 가고 있다고 대표님과 상견례하고 회식 갔다가 오겠다고..

신혼 때부터 보고 하나는 기깔나게 잘하는 남편이다


하원 30분 전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여보 내가 보낸 사진 못 봤어? 지금 교통사고가 났는데.. 좀 크게 나서 이것 때문에 처리하고 있는데 차를 폐차시켜야 할 것 같아"


평소와 같은 목소리.. 한치의 흔들림도 흥분한 기미도 없었다


"뭐라고? 차 사고가 났다고? 다친덴 없어?  무슨 폐차야 그런데"

"차 수리비가 더 들게 생겼어.. 통화 길게 못하니까 사진 봐바 처리하고 있으니까 이따 전화할게"


남편이 보낸 사진이다

추돌사고 차량사진


무려 3중 추돌에 에어백까지 터졌고

100% 남편과실이라고 했다


하원시간은 이미 났고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그래도 사람 안 다쳤으니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되새기며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엄마가 걱정하실게 분명했지만 이번 기일엔 못 가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는 걸 증명하듯이 엄마에게도 사진을 전송했다


엄마에게 바로 전화가 걸려왔고 며칠 전부터 꿈자리가 이상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꾸 나와서 애들한테 뭔 일이 있나 하고 애들 기도만 열심히 하셨다는데 결국 이 사단이 났다고..

엄마의 꿈은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져서 꿈자리가 뒤숭숭한 날이면 우리에게 늘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었다




렌터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멀쩡했다. 이렇게 사고 나고도 멀쩡 할 수 있는 게 감사했고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몸이 살짝 뻐근하다고 집 앞에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겠다는 남편에게

"여보!! 안 아파도 머리랑 검사 싹 받아봐!!"


정형외과에 다녀온 남편은 뼈도 멀쩡하고 내 정신도 상태도 멀쩡한데 무슨 머리검사를 받아야 하냐며 나와 의견대립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검사 무조건 안 해죠"

"아프다고 하면 되지 이상하다고!!"

"멀쩡한데 꼭 그렇게 검사를 받아야 마음 편하겠어?"



그렇게 3주가 흘렀고 사고발생 4주 전에는 보험사와도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늘 합의를 하고 소정의 보험료가 입금되었다




6월 마지막 주 일이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남은 하반기는 더 좋은 일들로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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