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테네시까지 2박3일 여행(feat. 100% 아가베 데낄라)
8월 말부터 9월 초로 이어진 노동절 연휴에 동네에 사는 세 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했다. 아이 학교 휴일은 주말을 끼워 총 나흘이지만, 부모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2박3일이 적당했다.
조지아대학에서 1시간권 여행지는 스톤마운틴과 독일마을 헬렌 정도가 있다. 3시간권으로는 채터누가와 개틀린버그(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애쉬빌(빌트모어 저택) 정도가 꼽힌다. 처음엔 이 중 두 군데 정도를 묶어보려고도 생각했지만, 무리인 듯했다. 매일 숙소를 바꾸는 것도, 매일 2~3시간씩 차를 타는 것도...
엄빠와 딸 둘인 애친구네, 아빠와 아들인 울 아랫집, 엄마와 딸인 우리집까지, 4학년 1명, 3학년 2명, 2돌을 몇 달 앞둔 꼬꼬마 1명 총 4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막내가 어린 데다 어린이 2명은 멀미능력자. 아이들이 숙소에서 놀 시간도 충분히 줘야할 듯했다.
덕분에 우리는 남들이 1박2일로 혹은 당일치기로까지 가는 채터누가에 2박3일로 다녀왔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두 관광지 중 한 곳은 가지도 못 했다.
왜냐면...
사람이 너무 많고, 덥고, 피곤해서였다.
세 가구 어른들을 모아 단톡방을 만들었다. 숙소와 경로를 상의하고 역할분담을 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방 3개, 주방이 있는 곳으로 검색했다. 시내보다 룩아웃 마운틴 남쪽 채터누가 밸리의 한적한 주택들이 넓고 저렴했다. 처음에 후보로 찍어둔 집이 하룻밤 사이에 빠져서 최종적으론 Hot Tub이 있는 전원주택을 골랐다.
경로는 아이들을 고려해 무조건 끊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중간중간 카페에 들르기로 하고, 채터누가 가는 길에 깁스 가든(Gibbs Garden)과 아미칼로라 폭포(Amicalola Falls), 둘루쓰 한국마트와 노스 조지아 프리미엄 아울렛을 추가했다.
첫날 오전은 그럭저럭 계획대로 됐다. 집에서 30분 거리의 로스터리 카페에 들러 맛난 커피와 핫초코, 아이스크림 등을 먹고, 산뜻하게 다음 코스인 둘루쓰로 가서 장을 보고, 점심을 먹었다. 물론 원래 가려던 한국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옆집인 베트남식당에 가는 상황은 있었지만.
그러나 점심 이후 행선지는 가는 도중에 바꿨다. 날이 너무 더워서 깁스 가든의 16개 정원을 구경하다간 탈진할 것 같았다. 대신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최남단, 아미칼로라 폭포로 달려갔다.
West Ridge Parking Area에 차를 세우면 길이 평탄하다(자리가 많진 않다). 차 한 대는 자리가 없어서 더 위로 올라가서 주차장에 세웠는데, 폭포 자체는 453계단을 내려와야만 제대로 볼 수 있었다. 453계단을 다시 오를 수 없어서 아래쪽 차에 탔는데도 며칠간 다리가 아렸다.
숙소에 도착 후 첫날 저녁은 아무도 요리하지 않았다. 대신, 장을 보면서 샀던 생선회와 닭강정, 순대 등 다양한 포장음식을 즐겼다. 그리고 내가 야심차게 준비해간 아가베 100% 데낄라로 마르가리타를 조제해 마셨다.
사실 같이 간 애친구 엄마가 마트에서 마가리따 믹스를 봤다고, 다음 번에는 꼭 사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마트에 파는 믹스는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데낄라만 넣으면 된다"고 적혀 있는, 물과 액상과당이 왕창 든 액체였다.(알콜이 실제 섞여서 그대로 마실 수 있는 종류도 있긴 한데, 주로 리쿼샵에 있다.)
평소 위스키, 중국술 등 독주와는 친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마시는 술이 데낄라였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100% 아가베로 만든 데낄라는 숙취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가베 원료가 51%만 들어가도 데낄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기에, 그 유명한 호세 꾸에르보(Jose Cuervo)도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아가베 함량이 51%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아가베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설탕. 무려 49%의 불순물이 든 술이 숙취가 없었을 리가 없다나.
알면 실천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네 리쿼샵에 갔다. 아가베 100% 가성비(750ml에 25~30USD) 데낄라 이름을 우르르 적어들고서.(Pueblo Viejo / Olmeca Altos / Pretty / Tres agaves / Espolon / Lunazul* / Arette Cimarron* / El tequileno* - *는 중복추천 많았던 제품)
리쿼샵에 대충 수십 가지의 데낄라 브랜드가 있었는데, 리스트와 맞는 건 루나줄 하나였다. 무색 투명 데낄라는 실버(혹은 Blanco), 황색 데낄라는 골드. 마가리따용이라고 하니 직원이 실버를 추천했다.
믹스 3 : 데낄라 1 이러면 대충 25도짜리가 되는 거고, 믹스 2 : 데낄라 1 이러면 대충 33도짜리가 되겠다.
우리는 25도 정도로 만들어 먹었는데, 이틀 연속 꽤 많은 양을 먹고도 다음날 아침에 숙취가 1도 없었다. 덕분에 우리가 전날 술을 마셨다는 인식을 못 해서, 밖을 돌아다니다 급 피곤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미국에서 국경일이 월요일인 연휴에 어딘가에 놀러간다면 관광지 입장권을 미리 끊어야 한다. 이걸 모르고 가서 대충 사려고 했던 우리는 계속 위기를 맞았다.
이튿날 첫 행선지였던 락 시티 가든은 티켓을 온라인으로 사면 1인당 5불이 할인된다. 이미 락 시티 가든으로 가는 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급하게 티켓을 샀다. 다행히도 어린이까지 총 7명분 35불을 순식간에 아꼈다. 게다가 입장권 사는 줄이 길어서 미리 사길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우리가 산 건 도착 시간보다 2시간여 뒤로 입장하는 티켓이란 점이었다. 바로 입장하는 표들은 미리 다 팔리고 없었다.
그때 애친구 엄마가 "혹시 모르니, 한 번 찍고 들어가 봐요"라고 했다. 뉴욕에서도 전망대들을 제외하고는 다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애틀란타에 있는 조지아 아쿠아리움도 예약시간과 무관하게 입장 가능했었다.
그래서 다같이 입장 쪽으로 가서 온라인 티켓이 담긴 휴대폰을 내밀었더니...
띵동~!
그렇다. 락시티가든은 예약시간이 한참 남은 티켓을 바로 찍고 들어갈 수 있다.
락시티 가든은 운 좋게 티켓을 끊고, 대기시간도 없이 입장을 했다만, 점심 먹고 가려던 루비 폭포는 아예 당일 입장 가능한 티켓이 다 팔리고 없었다. 현장 발매가 없고, 온라인도 다음날 오후 늦은 시간으로밖에 예약이 안 되는 상황. 다음날 해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는 우리는 루비 폭포를 포기했다.
하지만 사실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자 마자 숙소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던 어린이들은 살 판 났다.
자쿠지를 느긋하게 즐기고, 비오기 직전에 그릴에서 마시멜로를 구워먹고, 빈백을 구멍에 던져넣는 게임(Bean Bag Toss Game이나 Cornhole set를 검색하면 살 수 있음)에 전의를 불태웠다.
방 3개짜리 주택 대신에 호텔에 방 3개를 구했다면 이런 재미는 느끼지 못했을 듯하다.
두 대의 차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늘 한 차로 몰렸다. 우리는 그 차 운전자를 '피리부는 사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할 일 분담도 척척. 생각보다 잘 맞는 세 가족이었다.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