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대학은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안전하고 살기 좋다고 듣고 온 곳이다.
이곳은 미국 조지아주 애쓴스(Athens)다.
조지아대가 한가운데에 있는 아담한 도시.
대도시 애틀란타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다.
대학 캠퍼스와 멀지 않고, 기숙사들이 바로 지척인 곳에 집을 얻었다.
큰길가라서 더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한 집이다.
아파트 형태지만 집마다 주인이 다른 콘도미니엄이고,
거실에서는 차 소리가 많이 들리지만, 침실은 조용하다.
UGA까지 가는 학교 셔틀버스와 시내버스가 다 무료다.
바로 옆이 인도마켓이고, 걸어서 3분 거리에 중국마켓이 있다.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2개의 공원이 있고,
차로 2분 거리에 산책로가 멋진 주립 보태니컬 가든이 있다.
바로 어제였다. AllTrails라는 앱을 알게 됐다.
집근처 공원에서 걸을 때 길을 제대로 알고 걸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주변에도 소개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다.
저녁무렵 갑자기 카톡이 여럿 왔다.
"트레일 혼자 걷지 마세요. 학생 누가 죽었대요. 조심하세요."
"아침에 아이랑 걸어서 학교가는 거 당분간 하지 마세요."
어제 아침 조깅하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 된 여학생이
캠퍼스 인근 공원 호수 근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5분 거리 공원 중 하나가 바로 그곳이다.
(피해자는 조지아대를 다니다 인근 간호대학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전날밤 조지아대 기숙사에서 1명이 자살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24시간 내 발생한 두 사건에 동네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평소 우리집 앞길은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남성들은 혼자 뛰고, 여성들은 주로 둘이 뛰었다.
당분간은 이 모습을 볼 수 없겠지 싶다.
물론 이 호들갑은 평소 이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는 사실의 방증일 수도 있다.
오클라호마에서도 조용한 대학도시에 살았는데 가끔 이런 문자를 받았다.
"총기난사범을 경찰이 추격 중이니 이 도로에 나오지 마세요"라는.
시카고 사는 후배도 "여기는 한두명 죽는 건 별 말도 없어요."라 했다.
우리집 어린이는 잔뜩 쫄았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도 무섭다고 했다.
아이랑 1주일에 한두번은 학교까지 걸었는데, 당분간은 중단해야할 것 같다.
어서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