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여자들
지난 4월 중순 아기자기한 싱가포르 인생 살롱에서 싱가포르 저자 2명과 함께 ‘선 넘은 여자들’ 북토크가 있었다.
토요일 오후. 소중한 시간에 16명의 여성분들이 기대와 설렘과 고민의 눈빛으로 함께 모였다.
워킹맘이신 분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분들, 뱃속의 아이와 함께 오신 분들, 책 출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로 다양한 니즈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먼저 책을 쓰게 된 이유, 그리고 책을 출판하고 북토크까지의 여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참석해 주신 분들이 미리 남겨 주신 질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시간 반을 정말 꽉꽉 채워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
싱가포르 북토크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1. 사실 그렇게 치열하지만은 않다 : 일상에서의 최선과 감사
책을 쓰고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거야?‘ 였다. 책을 쓴 저자들의 상황에 따라서 마라맛도 있고 순한 맛도 있기는 하지만 모두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산 것도 맞다.
하지만 모두들 항상 그렇게 달렸던 것만은 아니다. 치열하게 사는 시간, 그리고 그 치열함으로 살기 위해 잠시 쉬어가고 일상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약간의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누군가에게는 출산 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이미 치열하고 열심히 잘 살고 있음을 인정하고 준비 운동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더 길게, 그리고 힘차게 갈 수 있지 않을까.
2. 경력의 다양한 방향성을 열어 두자
요즘은 경력의 성장을 ’ 승진‘으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승진이 중요하다. 업무가 확장되고 그에 따라 나의 책임과 역할이 넓어짐으로 인해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 승진‘이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경력을 본다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고 나의 경험을 스스로 좁힐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경력을 ’ 사다리‘라고 하기보다는 ’ 정글짐‘ 또는 ’ 격자무늬‘, ’ 등산‘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지금 하는 일이 지루한데 승진 기회가 없다? 그렇다면 조금 옆으로 확장해서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자원을 해보고, 승진은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부서로 옮겨도 보고.. 그렇다면 또 스스로의 단단함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저자인 재운님은 경력단절 기간 중에 너무나 가고 싶은 자리가 생겨서 지원을 했는데 불합격을 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지원해서 계약직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서 현재 본인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3. 선 넘는 일이 힘들 때, 자존감이 낮아질 때 :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
많은 분들이 얘기해 주신 것이 선 넘는 일이 힘들고 자존감, 자신감이 없어진다라는 말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정말 cliche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는 것이었다.
우리를 가로막는 외부 요인들은 많다. 하지만 외부 요인들은 대부분 우리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일 경우가 많다. (하물며 아이들이나 남편도 잘 안 바뀐다). 그나마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드라마 ‘마인’을 몰아보기로 본 적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 테마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코끼리가 방 안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갇힌 것이 아니라 문을 통해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
우리는 방 안에만 있는 코끼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아무도 잠그지 않은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나올 것인가.
4.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참석하신 분들 중에 본인은 계속 해외 생활을 하고 싶은데 호의적이지 않은 가족 때문에 고민하는 분도 계셨고, 지금 임신 중인데 아이를 낳게 되면 어떻게 헬퍼와의 스케줄을 맞춰야 하고 회사의 출장 스케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선택의 기로에 계신 분들이 많으셨다.
정답은 없겠지만 우리가 이야기한 것들은 먼저 가장 worst scenario 생각해 보기.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감당이 가능하다면 조금은 용기를 내어서 다가가 보기,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협조를 구해 보기, 각 선택의 장점과 단점 한번 찬찬히 적어보기 등이었다.
선택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게 그 당시는 어떠한 결과가 올지 잘 모르지만 지나서야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하다. 되돌아보았을 때 웃을 수 있도록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결정해 보자.
5. 서로 단단하게 응원해 주는 커뮤니티
나에게는 싱가포르에 와서 워킹맘 커뮤니티, 학교 동문회가 해외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마 해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면 이런 소속감, 공동체가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1+1 이 2 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때로는 같이 웃고 때로는 같이 슬퍼해 주는 커뮤니티의 힘을 믿고 그러한 커뮤니티를 또 단단히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저자들이 기회가 있다면 북토크를 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힘을 얻었던 것처럼, 그러한 물결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는 것.
북토크를 하면서, 그리고 책을 읽어 주신 분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항상 우리 저자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무엇을 전달하기보다는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그런 자리라고.
다음에는 어떤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