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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리테일의 발전 방향성 2/2

슬로서(徐)

안녕하세요 MDS 슬로서입니다. 


오늘은 지난 1부에 이어, 리테일 부동산 시장의 변화 흐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이하 “저자”)의 저서 [있는 공간, 없는 공간]에 나타난 인사이트에 제 생각을 얹어 리테일 방향성의 추가적인 3가지 테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원의 진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의 주거 면적은 감소 추세이며,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하기 위한 설계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벽체를 활용하여 공간을 구획 하고, 구획된 벽체 면적을 활용해서 수직적인 점유면적을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수백년간 인류 역사에 적용된 방식으로, 현대에 들어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변화로 인해 인류는 자연스럽게 공간감이 넓은 공간을 고급스럽다고 여기게 진화하였으며, 현대인은 2차원을 넘어 3차원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을 선호하기 시작합니다. 즉, 내가 머무는 주거공간에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이러한 욕망은 오브제를 통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오브제를 벽체에서 멀리 떨어뜨려 배치할 수록 이용자들은 어느 위치에서든 오브제를 볼 수 있게 되고, 평소 경험하지 못하던 3차원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카페 궤도의 영상패널 오브제가 있으며, 공간의 중심에서 파도 치는 영상이 상영됨에 따라, 커피를 마시는 모든 손님들은 해당 오브제를 어느 각도에서든 볼 수 있고, 이는 2차원의 영상이 3차원으로 인식됨에 따라 손님들로 하여금 신선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카페 궤도 영상패널 오브제, 출처 : 블로그 MagazineS


오브제를 활용하는 브랜드에서 단연코 선두라고 할 수 있는 젠틀몬스터는 3차원의 오브제를 시간이라는 개념을 추가한 4차원의 오브제를 사용함에 따라 이용자들로 하여금 더 큰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이들은 10-15초 단위로 움직이는 키네틱 오브제를 매장의 정중앙에 배침 함에 따라 방문객들로 하여금 숏폼 컨텐츠(인스타그램, 틱톡, 유투브)를 적극 활용하도록 만듭니다. 이는 제품 구매뿐만 아니라 4차원의 기능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강한 임팩트를 제공하며, 강력한 유인효과를 만듭니다.

 

젠틀몬스터 도산공원점 키네틱 오브제, 출처 : 블로그 동파이 낙서장


리테일이 발전됨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주어야 할 자유도는 상승해야 하며, 이러한 자유도는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차원이 높아짐에 따라 올라가는데, 체험적 공간으로서 리테일은 3차원을 넘어선 시간의 개념이 투영된 4차원의 체험을 제공해야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고있습니다. 

 


최대 부피의 법칙 


요즘 대한민국 가장 핫한 지역은 누가 뭐래도 ‘성수’입니다. 성수는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 지대로 각종 중소 제조공장이 곳곳에 자리하였습니다. 공장부지는 일반적으로 500평 이상의 큰 부지가 한개의 필지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성수가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저자는 성수가 핫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엔트로피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상권이 흥할수록 잘게 쪼개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100평짜리 하나의 상가와 50평짜리 두 개의 상가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같은 지역이라면 100평짜리 한 개의 상가보다 50평짜리 두 개의 상가 임대료가 더 높습니다. 이와 같이 쪼갤수록 평당임대료가 높아지는 현상은 토지, 건축물 관계없이 동일한 현상을 보입니다. 


성수동은 서울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나, 과거 준공업지대 특성상 필지별 면적이 넓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분할되지 않은 넓은 필지는 낮은 엔트로피 상태(높은 Potential)을 갖게 됩니다. 또한 성수동 공장 건물의 특성상 층고가 높은 창고 형태의 건물이 많으며, 넓은 대지와 높은 층고로 인해 건물의 부피감이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림1]


이러한 부피감은 건물 사용자로 하여금 수직적인 *파사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여 주거환경에선 볼 수 없는 웅장함을 만들어냅니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분리된 공간을 하나로 구성할 수 없다 말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모나리자 그림을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파사드 : 사람이 한 장소에서 한 시야로 볼 수 있는 분류


우리는 그림을 하나로 보았을 땐 모나리자라고 인식하지만, 그림을 위아래로 잘라 따로 보게 된면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공간도 똑같습니다. 이용자로 하여금 내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하나의 큰 파사드로 보여지는 것과 층과 층으로 나누어져 분리된 각각의 파사드는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그림2]


이를 잘 활용한 공간으로는 카페 호우주의보와 대신증권 사옥 라운지가 있습니다. 카페 호우주의보와 대신파이낸스 센터 모두 2개의 층을 합쳐 하나의 높은 층고로 설계함에 따라 사용자로 하여금 웅장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한 개의 프레임으로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큰 파사드를 제공합니다. 


카페 호우주의보 대형 파사드,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지니
대신증권 사옥 라운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Children’s park


그렇다면 무조건 넓고 층고가 높은 것이 좋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는 수직적 개방감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비율’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시로 스타필드 하남과 여의도 더현대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표1. 스타필드 하남 / 여의도 더현대 건축 Spec 비교


스타필드 하남은 층별 높이가 6.5m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 리테일입니다. 다만, 층고 대비 연면적이 지나치게 넓으며, 단조로운 층별 평면으로 수직적 분리가 명확하여 방문객들로 하여금 낮은 층고와 동일한 시퀀스를 느끼게 합니다. 반면 여의도 더현대의 경우 연면적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다채로운 평면 레이아웃과 정중앙 큰 보이드 구조를 통해 방문객들로 하여금 엄청난 부피감을 느끼게 하며, 보이드 공간에 각종 원더(폭포, 대형 오브제)등을 배치하여 신선함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면적만큼이나 수직적인 개방감이  또한 이용자의 유인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스타필드 하남 전경,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체리쭈의 새콤달콤 스토리
여의도 더현대 전경, 출처 : 네이버 블로그 Eirene


수직적인 부피감을 통해 상권이 확장된 사례는 연희동과 연남동을 비교해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지적편집도를 보시죠.


연남동은 홍대상권의 확장에 따라 가장 먼저 수혜를 본 지역으로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해당됩니다. 일반적으로 제2종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150% 이상~250% 이하로 제1종일반주거지역 대비 높습니다. 이는 곧 다층 구조의 주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연희동은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100% 이상~200% 이하로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비해 낮아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단층 혹은 2층 단독주택 형태를 보입니다. 


이것은 같은 100평이더라도 제2종의 3층짜리 100평과 제1종의 1-2층짜리 100평의 차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리테일 대형 MD들은 최대 부피 공간감을 형성하길 원하며, 이에 같은 제2종인 연남동에서 합정동으로의 상권 확장보다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의 상권 확장이 먼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서대문구, 마포구 지적편집도, 출처 : 네이버 지도
용도지역별 건폐율 및 용적률, 출처 :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세계관 구현(Concept)의 중요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리테일은 주택, 오피스와 같은 공간 대비 체류시간이 매우 짧은 특징을 갖습니다. 이는 짧은 체류시간 안에 해당 공간의 컨셉을 소비자로 하여금 확실하게 느끼게 해줘야 하는 과제를 던져줍니다. 


저자는 컨셉을 구현할 때 1) 미니멀 혹은 맥시멀2) 추상적 혹은 구상적 컨셉을 안내합니다. 각 컨셉은 혼재될 수 없으며, 독립적으로 하나의 컨셉만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특정 컨셉을 느끼기 위해선 방해되는 요소가 없어야 합니다. 즉, 미니멀 컨셉으로 간다면 맥시멀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반영되는 순간 그 힘은 상쇄되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색 있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시멀 컨셉의 공간은 가능한 다다익선의 자세로 맥시멀한 컨셉을 지나치다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소비자들의 뇌리에 명확한 컨셉이 각인되는 것입니다. 이 둘은 상충될 수 없는 컨셉이며, 저자는 각 컨셉을 구현하려면 어느 한 극단으로 가야한다 주장합니다. 


미니멀 컨셉의 카페 진정성, 출처 : 더 퍼스트 펭귄 / 맥시멀 컨셉의 런던베이글뮤지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해삐로그


추상과 구상 역시 반대되는 개념으로 혼재될 수 없습니다. 구상은 특정 컨셉이 소비자로 하여금 확실하게 느껴지게 하기위해 맥시멀적인 요소들이 합쳐진 것을 의미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온천집의 온천을 재현하기 위한 온천 수증기, 청수당의 대나무 숲을 재현하기 위한 수백 그루의 대나무와 수십 개의 대나무 조명이 있습니다.  


온천집 및 청수당, 출처 : 네이버 블로그 My world


추상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카페 호우주의보가 있습니다. 호우주의보의 비가 오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빗소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흰색/검은색이 그라데이션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로 비가 오는 글루미한 느낌을 구현합니다.

만약 이러한 연출에 구름을 그려 넣는 식의 구상이 들어간다면, 추상적 컨셉은 즉시 구상적 컨셉에 잡아 먹히게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카페 호우주의보 추상적 컨셉 내/외부 전경,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오뿌로그


단순하고 추상적인 방법을 극대화시켜 반복함에 따라 확실한 세계관을 구축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후쿠오카 스타벅스(쿠마켄고 설계) 입니다. 이곳은 아래 사진과 같이 나무 부재를 끊임없이 엮어내어 건물 전체를 뒤덮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확실한 컨셉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지나치다 싶은 수준의 반복은 과유불급이 아닌 다다익선의 개념이며 전통적인 마케팅 법칙인 *포지셔닝의 1) 단일화의 법칙, 2) 과장의 법칙과도 일맥 상통하는 개념입니다. 

*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제안한 마케팅 기법으로 마케팅 분야의 기본 개념이다.  


쿠마켄고가 설계한 후쿠오카 스타벅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큐슈 타비


세계관 구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상설브랜드스토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최근 리테일 시장에선 스팟성 팝업스토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나, 2-3개월의 광고를 위해 건축비, 임대료 등을 지불하는 입장에서 그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비용을 집중하여 한 공간 내에서 해당 브랜드만의 독자적인/고퀄리티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장합니다. 


젠틀몬스터는 이러한 고퀄리티의 전문 상설브랜드스토어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는데, 대표 지점은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점입니다. 이들은 스팟성으로 팝업을 개최하여 광고하는 방식이 아닌, 하우스 도산점을 통해 다양한 시도들을 합니다. 


고가의 키네틱 아트물을 전시하거나, 매장 내 다양한 행사에 투자함으로써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갖춘 고퀄리티의 광고 효과를 누리며 사람들을 유인하는데 핵심적 앵커로써 상설브랜드스토어를 활용합니다.  


젠틀몬스터 상설브랜드스토어 하우스 도산점, 출처 : 네이버 블로그 Joyfullife



글을 마치며


[있는 공간, 없는 공간]의 인사이트를 통해 대한민국 리테일의 발전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1) 유휴공간의 필요성, 2) 선택과 집중, 3) 차원의 진화, 4) 최대 부피의 법칙, 5) 세계관 구현의 중요성이라는 주요 테마를 다뤄 보았습니다. 


우리는 과거처럼 면적의 양적 효율이 중요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고,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만족감이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리테일에서 ‘시성비’를 찾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임대면적은 곧 수익’이라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통념을 깨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5가지 테마 모두 연면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거의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잣대로 구상하던 방식이 깨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상업시설의 기능은 주거와 다르다는 것이 반영되어 감에 따라 실적효율이 더 중요한 이 시대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연면적을 줄이는 방식'은 결국 실제 작은 면적이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전용 공간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말하며, 이는 대규모의 자본과 공간이 뒷받침 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는 한계성이 명확한 방식이라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소자본 혹은 개인의 영역에서의 리테일은 전개하는 시장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일까요?


다음 주제는 소자본과 개인의 영역에서 이러한 한계점을 돌파해낸 사례들을 만나보고, 해당 방향성으로의 또 다른 리테일 발전 방향성에 대해서 의논해보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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