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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y 05. 2024

오 마이갓, 이 냄새를 어떡할껴

뤄스펀(螺蛳粉,luósīfěn )

    요사이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기를 하고 있다. 좀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걸로 나 자신을 유혹해서 좀 나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뤄스펀(螺蛳粉,luósīfěn)을 먹으러 갔다. 

 

    뤄스펀은 초두부(臭豆腐,chòudòufu)처럼 냄새가 고약하기로 소문난 음식 중 하나다. 중드에서 너무 자주 봐서 어째 먹어보고 싶어졌다. 드라마 속에서는 예쁜 여주가 냄새가 고약한 뤄스펀을 먹는다고 하면 아주 의외인 것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그걸로 여주가 예쁜 미모를 가져서 차가울 것 같지만, 성격은 털털하다를 표현해 낸다. 

    드라마를 통해 내가 느낀 로스펀의 냄새는, 누가 똥 밟은 신발을 신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딱히 누구 몸에서 나는 냄새인지는 모르면서 전 사무실에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수준이었다. 미녀들은 자기 몸에서 감히 그런 냄새를 풍길 수 없기 때문에 뤄스펀 먹기를 자제하는데,  하지만 뤄스펀은 중독성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몰래 먹는 모험을 감행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쯤 되면 드라마를 보는 나마저도 먹고 싶어 지잖아?  '도대체 냄새가 얼마나 고약하다는 거야?' 하면서.


    하지만, 대만에 뤄스펀 가게가 그렇게 흔하게 있는 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구글지도로 검색을 하면 찾아지는 곳이 한 둘 뿐이었는데, 그것도 아주 멀었다. 나는 걸어서 갈만한 거리가 아니면 움직이기 귀찮아서 안 가지는 편이라 여태 뤄스펀을 못 먹어봤더랬다. 그러다 최근에 또 한 드라마에서 여주가 뤄스펀 먹는 장면을 보고는 자극이 돼서 구글 지도 검색을 했다. 오! 요 근래에 대만대 근처에 비주얼상으로 예쁜 뤄스펀을 파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국수 위에 뭐가 잔뜩 올려져서 나온다. 목이버섯, 볶은 땅콩, 메추리 알, 파, 고수는 알겠고, 파처럼 쏭쏭 썰린 푸른색 채소가 발효시킨 죽순이고, 튀긴 얇고 넓적한 건 또피(豆皮, dòupí)라는 건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국수는 굵은 쌀국수인데, 그 굵기와 탄성이 내가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봤던 강아지 뱃속 무슨 해충이랑 닮았다.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스파게티 면 굵기다. 나는 사실 스파게티 면을 보고서도 가끔 그때 봤던 해충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맛있게 먹었다. 그냥 맛있게 먹은 게 아니라, 국물을 달달 긁어 다 먹었다. 어, 상당 괜찮았다. 튀긴 또피(豆皮)만 반쯤 남겼다. 또피(豆皮)는 튀기기 전에도 내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튀겨져서 면모를 숨겼어도 역시 먹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아주 평범하구먼.' 


    나는 독특한 냄새를 못 느꼈다. 그냥 한국에서 먹던 국 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뤄스펀의 국물은 돼지고기뼈와 우렁이를 끓여서 만든다고 하니, 이 두 재료는 한국인들이 다 맛본 거잖아? 그렇다고 한국의 어떤 국과 딱히 같지는 않았다. 

    다 먹고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왔는데, 어째 그 냄새가 따라왔다. 

    "방금 뤄스펀을 먹고 왔는데, 내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니?"

    "훠궈(火鍋, huǒguō 중국식 샤브샤브) 먹고 왔을 때랑 같은 거지 뭐. 온몸에 그 냄새가 베이지."


    저녁에 집단심리상담이 있는데, 이 냄새를 달고 갈 수는 없어서, 낮에 샤워를 한번 더 해야 했다. 그리고도 젓가락질을 했던 손을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맡으면 뤄스펀의 냄새가 여전히 맡아지는 것이었다. 

    '아, 이래서 냄새 냄새 그러는 거구나!'

    먹을 때는 몰랐는데, 먹은 후에 온몸에 스며든 냄새는 좀 더럽다. 말쑥하게 빼 입고, 블링블링 단장을 하고, 귀염귀염한 얼굴을 하고 이런 냄새를 풍긴다면 정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냄새다. 


    일주일 가량이 지난 시점에 옷장 문을 열다가 또 기겁을 한다. 반바지가 아무렇게나 널부려져 있어 옷걸이에 끼워 걸어놓을 참인데, '훅'하고 어떤 냄새가 느껴진다. 바지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렸더니만, 뤄스펀 냄새다. 그날 이 반바지를 입고 갔었는데, 그 냄새가 베여서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뤄스펀 냄새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뤄스펀을 먹었다 하면 그냥 고민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옷을 벗어 세탁하는 게 안전할 듯하다. 어느 날 잊어버리고 그날 옷을 입고 나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겠다. 


    뤄스펀이 정말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나도 한번 먹었더니 또 먹고 싶은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면 뤄스펀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도시적 이미지를 구겨가면서까지 참을 수 없이 계속 그걸 먹는데,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게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타이베이의 로스펀 추천 가게', 내가 이런 검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좀 휘적거리다 찍어서 사진이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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