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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06. 2024

운동을 시작하다

따안 공원 걷기

  난 정말 대만살이 하면서 사람 된 것 같다. 술을 끊었고,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에는 운동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았다. 할 생각조차도 해보지 않았다. 늘 건강했던 것 같다. 하긴, 그때는 젊기도 했었고.

  대만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어쩌다 운동을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운동을 권했던가? 내가 어딘가 찌뿌둥하여 스스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던가? 걷는 걸 좋아해서 그냥 걸어야겠어서 시작된 건가?  


  랭귀지스쿨을 다닐 때는 새벽에 운동을 했다. 집 근처에 따안(大安, dàān) 공원이 있어 그곳으로 걷기 운동을 갔다. 따안 공원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테마 공원을 제외하고, 생활 속 공원만 놓고 비교해 본다면. 약 26헥타르라는데, 축구장이 1헥타르쯤이라니 26개의 축구장을 합한 크기다. 그래도 얼마나 큰지 딱히 감이 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르게 설명해 보자. 대만에 관광을 온 사람이면 다 가봤을 중정기념당 전체 면적과 비교하면, 중정기념당 전체 넓이랑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더 크다. 

  대만 친구가 농담 삼아한 말이 있다.

  "따안 공원을 둘러싸고 들어선 아파트들이 왜 비싼지 알아?" 

  "이렇게 예쁜 공원이 가까워서?" 

  "아니,  앞마당이 넓어서야."

  따안 공원을 둘러싸고 들어선 부자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따안 공원이 앞마당인 셈이라는 뜻으로 한 농담이었다. 

  따안 공원 근처의 아파트가 정말 대만에서 첫 번째 두 번째로 집값이 비싼 지역이다. 따안 공원 때문만은 아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좋은 학교가 많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부근에 명성 자자한 중고등학교가 여러 개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잘 나가는 여러 대학들과도 상당 가깝다. 


  그건 그렇고 다시 운동 이야기로 돌아와서.

  온몸이 땀에 젖어서 돌아와 아침 샤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할 때의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나는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불순물이 쫙 빠지는 느낌이랄까. 대만은 날씨가 더워서 조금만 걸으면 몸이 데워져서 땀이 나는데, 나는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그 시원한 느낌을 좋아한다.

  새벽 햇볕이 따안 공원의 웅장한 나무들 사이로 내려 꽂힐 때의 찬란함도 너무 좋았다. 특히 전날 밤에 비가 오고 난 후의 아침은 공원 전체가 목욕을 한 듯이 싱그러워져서 좋았다. 


  석사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저녁 운동으로 바꿨다. 나는 아침에 집중이 잘되는 편이라, 아침 시간은 숙제하고 학업을 따라잡는데 썼다. 제일 집중이 안 되는 점심때 운동을 해도 좋겠지만, 주근깨가 생길까 두려워서 차마 햇볕 속은 못 걷겠고, 그래서 해가 진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한다. 

  한동안은 우리 학교의 큰 운동장 트랙을 일곱 여덟 바퀴 돌기도 했다. 학교 운동장의 트랙은 폭신해서 발에 무리가 안 가서 좋다. 몇 바퀴 돌았는지 세어가면서 걷는다는 게 너무 귀찮아서 다시 따안(大安) 공원으로 운동장소를 바꿨다. 

  새벽에 운동할 때는 공원 안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었는데, 밤에는 걷는 사람이 얼마 없어 좀 무서워서 공원 밖 인도를  걷는다. 차 소리 때문에 좀 시끄럽긴 하지만, 두 바퀴 돌고 나면 딱 1시간이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돌면 된다는 건 좋다. 학교 운동장 트랙을 걸을 때는 '한 바퀴 더 돌아? 말아?' 이러느라 갈등을 때렸다는 의미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된다는 말이다. 


  운동을 좋아하게 해 준 아름다운 따안 공원과 대만의 날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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