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사졸업까지 남은 관문은,
1. 일단 박사자격시험 합격하기
2. 박사논문 프로포절 구술시험 치기(이건, 논문을 3장까지 쓰는 것을 의미한다.)
3. 박사논문 완성하고 구술 발표하기
이렇게 셋이다.
박사자격시험은 내 지도교수를 포함한 세 분의 교수님들이 제시하는 전문 서적과 논문을 학습하고, 각 교수님들이 제출한 문제에 답을 적어 제출하면 된다. 우리 학과는 시험지가 이메일로 날아오고, 학생은 집에서 오픈북으로 시험답안을 작성하면 된다. 지도교수에 따라서 좀 다르긴한데, 내 지도교수는 답안 작성에 최고 1주일의 시간을 준다. 듣기로 누구는 2주의 시간을 준단다.
세 분의 교수님들이 제시하는 전문서적과 논문은 다 합쳐서 삼십여 권 될 거라더니, 단 이틀 만에 회답을 보내준 한 분의 교수가 제출한 서적과 논문이 이미 16개다. 또, 서적과 논문이 반반쯤 될 거라더니, 서적이 더 많았다. 다행히 내 지도교수는 8개만 보라고 했고, 더 멋진 것은 서적은 꼴랑 2권뿐이다. 내 지도교수는 내가 행여 졸업을 못하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사람처럼 내게 너무 관대하다. 나머지 한 분의 교수님은 아직 책 목록을 보내주지 않았다. 2주쯤 지나서 독촉차 메일을 한번 더 보냈더니, 곧 책 목록을 뽑아 주마하는 답장만 왔다.
이 책 목록과 함께 언제 시험을 치겠다고 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박사자격시험을 준비하면 된다. 우리 학교는 신청할 때 적어도 3개월 후로 시험일을 잡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다들 이 규정을 논문시험은 3개월만 준비하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안 똑똑한 것을 알기 때문에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세 분 교수님의 책 목록을 받아서 방학 내내 공부를 하고, 학기가 시작하면 신청서를 제출해서 학기 말쯤에 시험을 볼 생각이다.
책을 하나 펴서 공부를 해볼 참인데, 어떻게 공부하는 게 효과적일지를 좀 알고 시작하고 싶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 일단 시작하기 전에 지름길 찾는 일부터 좀 하는 편이다.
한국 남자 영희 씨는 손으로 필기를 했다고 하고, 답안을 2주에 걸쳐 무려 100페이지나 적어냈다고 한다.
'이건 뭐 완전 한 편의 논문 수준이잖아?'
베트남 아가씨 진리엔은 어린애가 둘인데, 제대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 덜 본 책도 많다 하고, 일주일간 시험을 볼 거라고 정해놓고는 메일을 늦게 열어보는 바람에 3일 만에 답안을 작성해야만 했는데, 겨우 예닐곱 페이지 써내고 합격을 했단다.
'와싸이, 합격하는 게 이렇게 쉬운거야?'
둘은 아주 극과 극의 방법을 썼다. 영희 씨는 너무 아둔하게 열심히 준비했고, 진리엔은 너무 요행스럽게 합격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이 둘의 방법을 모범으로 삼기는 좀 힘들 것 같다. 그래 검색을 좀 해본다, 다들 박사자격시험은 어떻게 준비하나 하고. 누구는 손필기를 했다 하고, 누구는 컴퓨터로 정리해서 검색이 되도록 하는 것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어느 방법이 맞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