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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18. 2024

소반베이커리의 펑리수

    1년에 방학은 두 번 있고, 대만에 코로나가 폭발했던 2021년의 여름방학을 제외하고는 매 방학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와 지낸다. 어린 조카들이 있으니 빈손으로 오기는 뭐해서 뭐든 선물을 사 오는 편이다. 여러 해 이것저것 사다 보니 이제 뭘 더 살만한 것이 없다.   

    다행히 이번 여름방학에는, 선물로 사갈 새로운 뭔가를 발견했다. 바로 계란 노른자가 든 펑리수! 빤치아오(板橋)에 있는 임가화원(林家花園)에 놀러 가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한국 사람들이 쓴 블로거에 쓰여있기를, 임가화원 근처에 소반베이커리(小潘蛋糕坊)라고 있는데 그 집 펑리수가 어느 집 펑리수보다 맛있으니 꼭 들려 사라는 것이다. 그 집의 계란노른자가 든 펑리수(鳳梨酥)는 정확히는 펑황수(鳳凰酥)라고 부르는데, 그게 치아더(佳德)나 서니힐(微熱山丘)의 펑리수 맛을 훨씬 능가하는 월등한 맛이라는 것이다. 언제 가도 긴 줄이 있는데, 관광객의 줄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현지인들에게 입소문 난 집이니만큼 정말 제대로 맛있는 집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한국에 돌아와서 한 열 박스쯤 안 사 온 것을 두고두고 후회를 했단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잖아? 도대체 얼마나 맛있다는 것이야 하면서. 

    나는 그다지 달지 않고 과육이 제대로 느껴지는 써니힐의 펑리수가, 비싸서 그렇지 아주 맘에 들었었는데, 그것보다 맛있다면 이건 좀 대단한 맛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꼭 먹어봐야겠는 것이다.

    '그래! 이번 선물은 이거다!'


    그걸 사겠다고 사십여분을 지하철을 타고 갔다 왔다. 조카들이 신나게 먹고는 '고모, 다음에 또 사 와!'하고 외칠 것을 기대하면서. 계란 노른자가 든 펑황수만 산 것이 아니라 딴황수(蛋黃酥)라고 대만사람들이 추석에 먹는 월병(月餅)도 사 왔다. 딴황수(蛋黃酥)의 개당 가격은 펑황수(鳳凰酥)의 2배 정도가 되는데, 2배만큼 맛있을 것이 기대가 되는 것이다. 이게 실수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하나씩 꺼내 맛을 봤다. 2배만큼 비싸니 2배만큼 맛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딴황수(蛋黃酥)는 내가 그전에 먹어본 어떤 월병보다 맛이 보통이었다. 또, 모든 한국 사람들이 꼭 사라고 추천했던 계란 노른자가 든 펑리수, 즉 펑황수(鳳凰酥)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지만, '열 박스쯤 사 오지 않은 걸 후회했어요'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의 과장법이란!'

    가족들도 내가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딴황수(蛋黃酥)는 완전 별로고 펑황수(鳳凰酥)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다음에 또 사 올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둘 다 계란노른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상당 짧다. 딴황수(蛋黃酥)는 5일밖에 안되고 펑황수(鳳凰酥)도 2주가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통기한 내에 다 먹어치우라고 가족들을 재촉하고서야 겨우 다 먹었다. 


    한국인의 입맛은 까다로워서 어지간한 걸로 비위를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번 방학 때면 무슨 선물을 사가야 하나 고민스럽다. 벌써 겨울방학 선물이 고민된다. 

    '아, 이제 뭘 사야 하지?'

딴황수(蛋黃酥)


참고문헌:

1. 이미지 사진 여기서 가져옴, https://alina00.com/pans-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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