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의 아빠와 엄마는 출근을 하기 때문에, 고모한테 경도를 데리고 병원에 좀 가달라고 부탁한다. 경도가 무에타이학원에서 놀다가 엄지발가락 골절 사고가 난 지 한 한 달 정도 되었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점검쯤이 된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고모가 묻는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고, 좀 걸어 나가서 바로 지하철을 타는 방법도 있어. 어느 거 할래?"
"걸을까?" 경도는 고모가 어느 것을 원하는지 살핀다.
"애가 이렇게 줏대가 없어. 네가 원하는 걸 선택해. 고모는 네가 하자는 대로 해줄 수 있어."
"난 걸을 수 있어." 경도는 고모가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걷는 것을 선택한다.
"좀 멀다이, 후회하지 마라이."
지하철 역에 도착했을 때, 경도는 얼굴 가득 땀을 흘리고 있다.
"고모 목말라. 물 마시고 싶어."
지하철 역에 마침 편의점이 있어 다행이다.
"어느거 사지?" 경도는 뭘 살까 하고 망설인다.
"싼 걸 사던가, 늘 먹던 걸로 사던가. 그게 어려워? 애가 물 한 병 사는데 뭘 그렇게 고민해?"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가려고 교통카드를 꺼내 들고는 경도가 당황하며 이 호주머니 저 호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왜?"
"고모, 카드가 없어."
병원비 계산하라고 준 엄마의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다. 고모가 보관할까 싶다가, 병원으로 올 때도 경도가 호주머니에 잘 넣어온 것을 설마 잃어버리겠나 싶어 경도에게 맡겼더랬다.
"어디서 잃어버린 것 같은데?"
"모르겠어."
"그럼 그냥 가야지 어쩔 수 있나? 엄마한테 전화해서 카드 정지시키라고 해야지 뭐."
고모는 올커니하고 다 큰 애가 카드도 하나 간수 못하냐고 구박을 쏟아부었다.
"편의점에서 물을 살 때까지는 호주머니에 있다고 느꼈거든."
"그러면, 돌아가서 찾았어야지."
"고모가 그냥 가자고 했잖아."
"아니, 그건 어디에서 잃어버린 줄 몰랐을 때고."
편의점은 3미터만 돌아가면 됐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미 지하철에 몸을 실었고, 지하철은 이미 쌩하고 편의점에서 멀어졌다.
"경도! 집에 가면 엄마 아빠 딱 앉혀 놓고 심각하게 말씀드려. 고모가 그러는데, 네가 생활능력이 없고, 줏대도 없다고. 지금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생활능력 키우는 공부부터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