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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이의 독해력

by 김동해

고모는 예전에 중학교 선생님이었던지라, 온라인으로 소현이 공부를 봐주고 있다. 고모가 뭘 가르쳐 준다기보다는 핸드폰을 보느라고 대부분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애를 책상 앞에 잡아 놓고 공부하는 걸 지켜본다고 하는 게 맞겠다.

두 학기 째, 역사공부를 시켜봤지만, 성적은 시간 들여 공부한 티가 조금도 나지 않아 이번 학기에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소현이 집에 누가 버리기 아까워 가져다준 우리나라 역사 만화책이 있는데, 그걸 스스로 읽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소현이는 국어가 안되기 때문에, 아주 많은 단어들에서 막혀 혼자서 책을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힘들다. 누가 옆에서 계속 단어 뜻을 설명해줘야 한다.


오늘도 카카오톡 페이스톡을 연결해 놓고, 소현이는 역사책을 읽고, 고모는 고모 할 일을 한다.

소현이가 물었다.

"방석을 끼고돈다는 게 무슨 소리야?"

나도 순간 엉?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성계의 조선 건국이야기로 접어들었지?

"아들 이름이겠지."

소현이에게는 이성계의 막내아들 이름 '방석'이 깔고 앉는 '방석'으로 읽히면서, 문맥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현이에는 이런 일이 날마다 일어난다. 그래서 고모는 날마다 배꼽 빠지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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