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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더

by 김동해

고모들은 마지막 남은 경도에게 희망을 건다. 다섯 아이들 중에 둘은 이미 대학생이니 물 건너갔고, 세 번째 아이는 고등학생이라 지금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듯하고, 네 번째 아이가 바로 소현인데, 국어도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이 아이에게는 공부를 포기 안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마지막 아이가 바로 경도인데, 경도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희망을 한번 품어 보는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 의사를 하나 배출하는 것이다. 우리 집안에는 지금껏 의사가 없다. 가족 구성원 중에 누가 아프거나하면, 이게 무슨 병이냐고 물어볼 곳도 없고,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지를 몰라 막막하다. 그래서 의사 하나쯤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는 것이다.

고모들이 경도에게 이런 희망을 품어보는 것은 경도가 아주 조금 남다르기 때문이다. 조그만 애가 벌써 집중력이 있다. 숙제를 할 때면 방문을 딱 잠그고 누가 불러도 대답도 안 한다. 학원 숙제를 덜 하거나하는 날은 밤을 새워서라도 한다. 이런 집중력, 이런 근성, 어째 인물이 날 것 같지 않느냔 말이지.

고모들은 경도만 보면 세뇌시키고 싶다. '넌 의사가 돼야 해!'하고.


"경도 꿈이 뭐야?"

"소방관."

"소방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큰고모가 반대하고 나선다.

"왜 소방관을 하겠다는 건데?" 작은 고모는 궁금하다.

"멋있잖아!"

"뭐가 멋있다는 건데?"

"사람들 생명을 구해주잖아."

"야, 의사는 사람들 생명 더 많이 구해줘."

소방관은 어째서 안되고, 어째서 의사를 해야 하는지 고모의 입에서 이유가 줄줄이 쏟아진다.


경도가 꿈을 수정할 때까지, 고모들은 만날 때마다 묻는다.

"경도 꿈이 뭐야?"

"권투 선수." 이번에는 권투 선수다.

경도는 운동을 좋아한다. 무에타이를 배우다 엄지발가락이 한번 부러지고, 새끼발가락을 한번 다치고도 아직 무에타이를 포기 안 하는 정도다.

"왜 권투 선수를 하겠다는 건데?"

"멋있잖아! 훅(hook)하는 게."

"권투는 때려서 이기는 운동이 아니야. 맞고 버티는 놈이 이기는 운동이야."

작은 고모는 오늘부터 맷집 훈련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아, 권투선수 안 해 안 해."

경도는 공부도 좋지만, 운동이 너무 좋아서, 이쪽으로 꿈을 찾고 싶어 한다.

작은 고모가 차창 밖으로 보인 보디빌더 광고포스터를 보고는 경도에게 그걸 제안한다.

"보디빌더는 어때?"

경도의 잘 생긴 얼굴로 보디빌더를 하면, 광고가 줄줄이 들어와서 돈도 잘 벌거라면서.

"아, 부끄럽잖아."

하하. 빤스만 입고 나온다는 게 부끄럽다는 뜻이다. 차 안에 앉은 어른들은 경도의 말에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의사'라는 답이 나올때까지 고모들의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경도 꿈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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