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엄마의 일생
무더운 여름날
이른 아침에 만삭의 몸으로 엄마는 나를 데리고 리어카를 끌며 걸어서 한 시간쯤 걸리는 청과물
도매 시장을 갔다.
과일을 떼어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팔기 위함이었다.
과일을 이것저것 골라 사서 리어카에 싣고 잠시 쉴 틈도 없이 발길을 재촉하셨다.
엄마는 앞에서 끌고 나는 뒤에서 밀면서.
출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원했던 아침 공기마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힘에 부치셨는지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이내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였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엄마의 부른 배가 몹시 힘겨워 보였다.
나는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럼에도 내가 리어카를 끌기에는 너무도 어리고 작은 아이였다.
나는 안타까웠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땀은 점점 더 흘러 옷을 다 적셨다.
엄마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지고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다리의 오르막 길에서 엄마는 안간힘을 쓰셨다.
내 작은 몸으로 리어카를 힘껏 밀어 봤지만 그 힘은 극히 미미하였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엄마는 온몸으로, 온 힘을 다해 그 무거운 짐을 실은 리어카를 끌으셨다.
구슬 같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웬만한 남자도 끌기 힘든 그 무거운 리어카를...
나는 그 순간 눈물을 삼켰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그 무거운 몸으로 사력을 다해 힘듦을 참는 엄마의 모습이 뼈에 사무치도록
아려왔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쉬지 않고 과일들을 정리하셨다.
그런 후에 낮이 다 되어서야 겨우 밥 한술을 뜨셨다.
참으로 억척스럽게 그 순간을 버티며 이겨내셨다.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며칠 후 출산을 하셨다.
아픈 산통을 견디며 혼자서 출산 준비를 다 해 놓으셨다.
안간힘을 써서 아이를 낳으시고 새로운 생명의 탯줄을 자르셨다.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저 물끄러미 아이 낳는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곤 고작해야 동생 씻길 물을 가져오고, 씻긴 후에 그 물을 버리는 것뿐이었다.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는지 그대로 지쳐 누우셨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 태어났던 동생을 보면,
그때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희미해진 줄 알았는데,
잊힐 줄 알았는데,
그 기억은 내 뇌리와 가슴에 저장되어 자꾸 펼쳐보게 된다.
이제는 엄마도 떠나시고 안 계신데도 가슴 저편에서 자꾸 떠오른다.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서.
내가 가끔 나약해질 때, 자려고 누우면 그때의 일들이 영상이 되어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낸다.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없었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자식들에게 일일이 말로 설명해서 가르치셨던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하면서 보여주셨던 것 같다.
막내딸로 태어나서 부모님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결혼을 하고 맏며느리로서 그토록 힘든 삶을 사셨던 엄마!
그것이 당신이 짊어질 삶의 무게였나!
그 고통의 무게는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자식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다시 생각해 보면,
엄마의 일생,
여자의 일생이 참으로 가엽고 안타깝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 내 모습에서 엄마가 그려질 때면, 왠지 모를 짠함으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엄마 자식, 엄마 딸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끔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로.
훗날 한이 남지 않도록, 혹여 한이 있더라도 다 풀며 살기로.
그렇게 해서 자식들 가슴에 한이 되지 않도록...
그 시절 엄마 뱃속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생이 한때 많이 힘들어서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다 지나가고
평탄하게 잘 살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불어 내 자식들은 나와 같은 삶은 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고.
힘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삶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의 빛이 되어
초석이 다져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감당해야 할 자기만의 삶의 무게가 있다.
그 무게가 아름답고 튼실한 열매가 되기를...
그래서 아름다운 인생꽃이 피기를 희망한다.
엄마 고생 많으셨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