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인가 소설가 이승우를 '인생에 대한 책무를 부단히 쓰는 일로 감당하는 작가'라고 이르는 것을 보았다. 이른 이는 아마도 글쓰기에 대항 이승우의 성실함을 높이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삶에 대한, 그러니까 산다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아마도 내 존재의 목적이 그저 내 한 삶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세상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고 이롭게 만드는 데에 있다는 내 마음과 잇닿았기 때문이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내 삶을 사람들 앞에 내놓을 때 책무라는 말에 걸맞은 삶을 산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부끄러움만이 인생들이 진열된 가판대에서 내 삶에 매겨진 가격표일 테다. 이 말은 지나친 겸손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드높은 이상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내 삶의 구석구석을 헤아리는 건 내가 최고니까, 그래서 내 삶에 대한 평가는 내가 가장 잘 내릴 테니까 제값을 매겼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삶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조금이나마 '산다는 것에 대한 책무'에 떳떳하고 싶다. 드높은 정신이 되길 꿈꾸지도 않는다. 그저 타자와 세상에게 보탬이 되는 꿈을 저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며 살고 싶다. 삶은 오늘이라는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오늘을 제 자리에 가지런히 놓아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