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바다에 빠졌다.
저항하려는 몸짓이 너무 거세서였을까,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었다.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무서워 더 세게 몸을 움직였다. 그럴수록 아래로 점점 더 끌려 내려갔다.
시야에서는 빛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어둠이 나를 감싸 안았다.
웅-
하고 울리는 고요만이 남았다.
바다는 분명 차가운 곳인데, 이상하게 내 몸은 따뜻해져 갔다.
그리고 문득, 이 따뜻함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빠져간다.
물 위로 닿고 싶었는데, 그곳에 닿고 싶었는데..
결국 닿지 못하는구나.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위로 가려는 몸부림은 없었다.
그저 아래로, 아래로, 물결이 내 몸을 감싸며 내 몸을 맡겼다.
바다는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던 것처럼,
조용하고 따뜻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 속 어딘가에서 희미한 빛이 다가왔다.
'기억'이었다.
어린 내가, 웃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이 바다를, 이 나 자신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게.
깊은 곳에서 스치는 모든 것들에서는 감정이 없었다.
그게 따듯하게 느껴진 건 뭐 때문일까.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다시 떴을 때,
나는 해변에 누워있었다.
"살았다."
나는 살아있었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 움직이고 있다.
모두가 한 번쯤은 이 바다를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웃고, 울고, 끝없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결국 모두, 어느 순간 같은 속삭임이 들려올 거라 생각한다.
"괜찮아."
빛이 일렁였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왔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