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하신가영 Jan 29. 2024

말 한마디로 천냥빚은 못 갚겠지만

Be kind, Be gentle.

나는 강사다.

강의를 하다 보면 기업체 연수원을 많이 가게 되는데

대부분의 연수원의 위치는 교통이 편한 곳보다는 외진 곳에 있을 때가 많다.

거기다 교보재와 많은 짐들을 가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 또한 차로 대부분 이동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날은 내가 가야 하는 강의장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택시를 타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쿨하게 신랑에게 차를 양보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날 아침 발생했다.

나는 보통 1시간 전에는 강의장에 가기 때문에 그날도 일찍부터 택시를 불렀는데, 

앱에서 응답하는 택시가 없었다...

계속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서도 혹시 몰라 집 근처 역까지 걸어갔고, 택시정류장에 줄을 섰다.

택시 대기줄은 예상보다 엄청 길어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출근시간 대 상황을 잘 몰랐던 내 잘못이었다. 

이러다 강사가 강의장에 지각하는 (나 나름의)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초긴장의 상태였다.


드디어 대기하고 대기하다 내 순서가 되었고, 택시를 타게 되었다.

그때 내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당연히 행선지였고,

그다음 나온 말은 정말 그냥..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와, 기사님이 오늘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드디어 택시를 탔고, 지각은 면했다는 안도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 기사님의 표정에 웃음이 퍼지면서 

자기가 택시운전하면서 그런 말 해준 손님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택시 기사님 덕분에 나도, 그리고 나의 한마디에 기사님도 행복한 아침을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말 한마디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작은 한마디가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줬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뭔가 착한 일을 한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지각할까 불안했던 상황 속에서도 나를 다시 웃게 해 준 전환의 순간이었다.



방영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캠핑클럽에서 이효리가 했던 이야기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몰라줘도 나 자신은 안다고.

그래서 그렇게 착한 일을 한 순간들이 결국 자신의 자존감과 연결된다고 말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인정하는 나의 선한 순간들은 타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작은 변화들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게 쌓이면 결국 우리의 삶이 된다.



 

출처: JTBC 캠핑클럽




나는 나의 삶이 조금 더 단단했으면 좋겠다.

작은 시련에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뿌리 깊은 나무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에게 이런 긍정의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던지는 말이나 행동, 외부환경은 내가 절대 조절할 수 없다. 그들은 내가 아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런 환경 속에서 나만큼은 나 자신을 믿고, 인정해 주고,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 나에게 하는 말이고, 앞으로의 나를 위해 던지는 다짐이다.


Be kind, Be gentle. 

작가의 이전글 엄마도 엄마가 그리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