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자고 덜컥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동네에 예쁜 카페가 생기면 괜히 기분이 좋다. 카페 하나로 칙칙했던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혼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을 때 가까운 거리에 언제든 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것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이다. 그 카페가 예쁘고 깔끔하면서 커피맛도 좋고, 디저트도 다양해서 골라먹는 재미까지 있는데! 손님도 적어서 조용히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은 태도를 지닌 카페 주인의 세련된 취향이 곳곳에 드러난 공간에 잔잔하고 듣기 좋은 재즈가 흘러나오는 카페. 이런 카페 왜 우리 동네엔 없나요? 그래서 내가 이 동네에 카페를 열기로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겨울을 좋아해서 겨울에 따뜻한 카페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코로나팬데믹은 내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카페를 가지 않는 대신 홈카페 용품을 사들이느라 꽤 많은 돈을 들였다. 캡슐커피 머신에서 시작해, 유명한 회사의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 드립커피세트, 모든 종류의 커피음료와 디저트등을 예쁘게 담을 플레이트들. 내 홈카페는 한 명이 즐기기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건이 넘쳤다. 그러나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생존을 위해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는 직장인일 뿐이다. 코로나펜데믹으로 재택이 늘어나며 집 꾸미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나는 인스타를 시작했고, 어느새 팔로워 4천 명이 된 인스타에 숙제하듯 사진을 올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세팅이었기에 매번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예쁜 사진에 달린 좋아요와 댓글을 보며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라이프스타일이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잘 꾸민 집과 예쁜 브런치 사진을 올리는데 거의 매일 노력을 기울였으니 말이다. 집에 홈카페를 꾸미고,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나는 내심 내가 정말 카페를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라면 카페 인테리어를 이렇게 할 거야, 저렇게 할 거야 상상하며 언젠가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소망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었다.
드디어 오픈!
나는 단 하루 만에 급격한 피로와 우울감, 자괴감, 고독함, 두려움, 공포 등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막막한 인생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