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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Oct 02. 2024

낯선 공간에 덩그러니

 초보인 나에 대한 미움으로 보낸 나날들 1

10월 의 첫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소리가 요란한 걸 보니 빗줄기가 제법 굵은 듯싶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가 오는 날은 이제 걱정부터 앞선다. 카페 문을 열고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장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폭우가 쏟아졌다. 카페 안으로 밀려오는 빗물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어떻게 공사를 했기에 비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일까. 야무지게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진 못했어도 최소한 생각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은 이미 하얘져 있었다. 빗물 하나 어쩌지 못해 당황하는 나를 보다 못한 손님 한 분이 나서서 도와주었다. 내 손에서 대걸레를 가져가더니 척척 빗물을 밖으로 쓸어내며 테라스의 경사가 카페 안쪽으로 살짝 기울었으니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급한 대로 다이소에 가서 레인매트와 밀대 같은 것을 사 오라는 해결책도 제시해 주었다. 나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작은 레인매트 몇 장 깔아봐야 티도 안 나는 테라스를 보던 손님의 뒤이은 조언대로 신속히 박스를 잘라 테라스에 깔아놓았다. 빗물 사태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내 상상 속의 카페는 이렇지 않았다. 밖에는 폭우가 내려도, 카페 안은 아늑하고 온안해서 손님들은 카페 안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들이치는 빗물도 모자라 손님들이 남긴 흙발자국으로 지저분해진 바닥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는 정신 나간 카페주인의 암울함만 존재할 뿐이었다. '도망치고 싶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냉정한 세상에서 그래도 나름 잘 대처하며 살아왔다 믿었다. 카페 일도 낯설지만 나름 좋은 머리를 갖고 있고, 배움에 능해 뭐든 잘 해낼 거라 자신만만했다. 뭐든 남들 이상으로 해낼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작은 카페 안에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무능력과 무기력으로 점철된 나의 성찰을 듣던 동생의 한 마디에 그렇잖아도 무너져 폐허가 된 내 믿음은, 조금의 흔적도 남지 않아 존재조차 입증할 수 없는 전설 속 고대 도시 같은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누나는 원래 일머리가 아예 없잖아. 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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