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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Oct 01. 2024

카페 같은 집에서 진짜 카페로

나는 어쩌자고 덜컥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동네에 예쁜 카페가 생기면 괜히 기분이 좋다. 카페 하나로 칙칙했던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혼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을 때 가까운 거리에 언제든 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것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이다. 그 카페가 예쁘고 깔끔하면서 커피맛도 좋고, 디저트도 다양해서 골라먹는 재미까지 있는데! 손님도 적어서 조용히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은 태도를 지닌 카페 주인의 세련된 취향이 곳곳에 드러난 공간에 잔잔하고 듣기 좋은 재즈가 흘러나오는 카페. 이런 카페 왜 우리 동네엔 없나요? 그래서 내가 이 동네에 카페를 열기로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겨울을 좋아해서 겨울에 따뜻한 카페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코로나팬데믹은 내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카페를 가지 않는 대신 홈카페 용품을 사들이느라 꽤 많은 돈을 들였다. 캡슐커피 머신에서 시작해, 유명한 회사의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 드립커피세트, 모든 종류의 커피음료와 디저트등을 예쁘게 담을 플레이트들. 내 홈카페는 한 명이 즐기기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건이 넘쳤다. 그러나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생존을 위해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는 직장인일 뿐이다. 코로나펜데믹으로 재택이 늘어나며 집 꾸미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나는 인스타를 시작했고, 어느새 팔로워 4천 명이 된 인스타에 숙제하듯 사진을 올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세팅이었기에 매번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예쁜 사진에 달린 좋아요와 댓글을 보며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라이프스타일이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잘 꾸민 집과 예쁜 브런치 사진을 올리는데 거의 매일 노력을 기울였으니 말이다. 집에 홈카페를 꾸미고,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나는 내심 내가 정말 카페를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라면 카페 인테리어를 이렇게 할 거야, 저렇게 할 거야 상상하며 언젠가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소망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었다. 


드디어 오픈!

나는 단 하루 만에 급격한 피로와 우울감, 자괴감, 고독함, 두려움, 공포 등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막막한 인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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