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의뢰인의 손이 잊히질 않는다.
작년에 저는 굉장히 바쁘게 일을 했어요.
밀려들어오는 노동사건을 처리하고, 자문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적절한 자문을 하고..
내 몸이 바쁘고 힘이 드니 그냥 빠르게 일처리를 한 후
그냥 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어느 날,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어느 중년 남성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여기 노무사 사무실 맞나요?"
"네 무슨 일로 오신 걸까요?"
중년 남성은 머뭇머뭇 자리에 앉아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한테는 여동생이 있는데, 얘가 회사에서 돈도 제대로 못 받고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날도 저는 피곤에 찌들기도 했었고
임금체불이야 노무사로 일을 하면 자주 접하는 일이니 익숙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근무를 하고 계신 건가요? 월급은 어느 정도이시고요?"
"하루 8시간씩 주 5일, 토요일은 3~4시간 정도를 일을 하고 일한 지는 4년 정도 된 걸로 알아요"
저는 놀랐습니다.
원래 받아야 할 급여 수준의 절반정도밖에 못 받고 4년 동안 일을 하고 계셨던 거죠.
임금체불사건하면 어느 정도 많은 케이스를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도 심각한 상황에 놀랐습니다.
"제 동생이 세상물정을 잘 몰라요. 사람이 너무 착해서 계속 이용만 당하고.. 너무 속상합니다"
중년 남성은 동생이 이렇게 착취당하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며
죄책감이 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정을 들으니 저를 괴롭혔던 피로감이 사라지고 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다음에는 동생분이랑 같이 오세요. 빨리 사건진행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