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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AG 초특태명조 V1.0 오픈

글꼴〈AG 초특태명조 V1.0〉정식 오픈

글꼴 디자이너 에드워드 줄라이 인터뷰

작은 소식 :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



AG 초특태명조 V1.0 정식 오픈


한글날 진행되었던 ‘AGTC 2022: 새로운 유형’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AG 초특태명조는 씨글자의 형태적 인상과 최정호 부리 글꼴의 특징을 담은 매우 두꺼운 부리 글꼴입니다. 당시 『마당』 잡지의 아트디렉터였던 날개(안상수)가 매호 필요한 제목 글자를 골라서 최정호에게 글자를 알려 주고 원도를 받아서 사용하였습니다. 먼저 연구소가 소장 중인 마당 잡지와 출판사 마당에서 발간된 책의 제호를 모았고 마당을 포함하여 총 68자의 씨글자를 골라 이를 바탕으로 최정호 부리 글꼴의 특징을 담아 완성하였습니다. 


AG 초특태명조 V1.0은 2022년 11월,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첫 선을 보인 AG 초특태명조 V1.0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AG 초특태명조 V1.0는 2012년 고(故) 최정호 선생님의 아들이 소장 중이던 원도 24자와 형태를 비교하고, 기존 형태와 두께 등 원도의 특징을 담아 보완하였습니다.


AG 초특태명조 V1.0은 KS코드와 어도비 KR-9 규격을 기준으로 기존 한글 2,574자에서 209자를 더하여 총 2,783자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라틴은 라틴 유니코드 규격에 맞춰 유럽권 언어의 발음 구별 기호들을 대부분 포함시켰습니다. 기호활자는 ‘AG 초특태고딕 V1.5’와 맞추어 구성을 맞추었으며 일부 기호 활자는 성격에 따라 굵기에 변화를 주었고, 다양한 원기호와 날씨, 괄호 등을 지원합니다.


AG 초특태명조 V1.0 보러 가기 ☞




글꼴 디자이너 에드워드 줄라이 인터뷰


한국에 방문한 타입 디자이너 Edward July(Dżułaj)와 만나 글꼴 디자인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글꼴 디자이너이자 헤이그왕립예술학교(KABK)의 강사인 에드워드 줄라이(Edward July)입니다. 같은 학교인 헤이그왕립예술학교(KABK)에서 그래픽 디자인 학부에서 공부하며 글꼴 디자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학부 졸업 후 Type and media 석사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만든 글꼴로는 Peleton, Picolo, Multona 등이 있습니다. 졸업 후에 스튜디오 TYPETR에서 타입디자이너 Petr van Blokland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스템 글꼴 Segoe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Peleton Display, Latin and Cyrillic, 우크라이나어 폴란드어 판짜기 예시.
Picolo Regular and Bold, Latin and Cyrillic
Multona, Latin and Cyrillic


글꼴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며 참여하게 된 글꼴 디자인 수업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LP판 앨범 커버, 서적, 전시 등에서의 타이포그래피에 끌렸고, 바르샤바에서 살 때는 그라피티를 했어요. 관심 있는 것을 좇다 보니 글꼴 디자이너가 되었네요.


헤이그 왕립예술학교 Type and media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요. 

Type and media 과정은 훌륭합니다. 교수진의 열정과 전문성이 넘쳐요. 학부 수업과 달리, 세부적이고 전문적 분야인 글꼴 디자인만을 최고의 전문가들과 깊게 다루게 됩니다. 또한, 수업 외로 학생들끼리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받아요. 석사 과정은 1년 동안 짧게 진행되는데, 배워야 할 것이 응축되어 있어 많은 것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에요. 1학기에 글꼴 디자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2학기부터는 실제 글꼴 디자인을 해야 하죠.


헤이그 왕립예술학교 2022년 졸업전시 포스터 (디자인 : Edward July, Vincent Rheinberger)
Type and Media, Peter Verheul의 강의 사진
Type and Media 강의 사진


유학생들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요?

보통 20%~30%가 비 유럽권 학생이에요. 라틴 글꼴 디자인을 가르치기 때문에 인도, 아프리카, CJK 등 매년 다양한 문자권 유학생들이 있어요. 학부 시절 동기였던 ‘노은유’ 디자이너와 친했습니다.


¶비 라틴어권 유학생의 경우는 라틴어권의 학생과 달리 각 나라의 문자를 포함해서 글꼴을 만들게 되나요?

Type and Media는 라틴 글꼴 디자인에 집중되어 있어요. 비 라틴어권 학생들의 경우에 각국의 문자를 포함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졸업 요건은 아니에요. 유럽권의 학생들도 다국어 글꼴(Multi-script)에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리스, 키릴 문자를 포함해서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선택 사항이에요. 라틴 글꼴 결과물로 졸업하고, 이후에 각 나라의 문자를 추가하여 완성합니다. ‘노은유’, ‘이노을’ 디자이너도 한글은 졸업 이후에 완성했어요.


멀티 스크립트에 대해 따로 강의를 진행하나요?

다들 멀티스크립트에 대한 관심이 다들 많아요. CJK, 키릴, 아랍, 그리스 문자 등 여러 문화권에서의 유학생이 다양하게 있고, 학교에서도 해당 문자권에 대한 워크숍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함민주 디자이너와 한글을 그려 보는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다양한 문자권의 디자이너들을 초빙해서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에게 멀티 스크립트의 경험을 시켜줍니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모든 것을 배울 순 없고 관심이 있다면 졸업 후 따로 멀티 스크립트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왕립학교(KABK)에서 학부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먼저 어떤 강의를 진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2~3학년이 같이 수강할 수 있는 선택 과목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실무적으로 배울 수 있게 강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외부 클라이언트에게 업무를 받아 작업을 진행해요. 실제 영화제 포스터 제작, 헤이그 극장 아이덴티티 작업 등을 진행했습니다. 교육 차원에서 학교 외부 실무 과정을 주로 다룹니다. 학생들에게 외부 파트너와 소통하는 방법, 리서치를 하고 콘셉트를 세우는 법,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준비, 그룹으로 작업하고 디자인을 돕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가 배워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니까요.


글꼴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글꼴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꼴의 형태가 만들어진 배경과 기능에 깊은 의미를 둬요. 글꼴은 문화와 사상을 담고, 수 세기 동안 진화하며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해 문명의 지식을 보존해 왔어요. 각자의 문화가 멸종하는 걸 막고 기록하는 기능적인 도구죠. 글꼴 디자이너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케치하고 다양한 형태의 글꼴을 그리면서 흥미를 느끼지만, 중요한 건 이 작업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가예요. 저는 원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폴란드에서 자랐어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할 줄 알지만, 키릴 문자를 읽고 쓰게 된 건 비록 몇 년 전 일이에요. 이제는 기능적 역할을 고려하여 항상 우크라이나 키릴 문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라틴 글꼴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한국의 타이포그래피는 어떤가요?

한글은 학부 시절 디자이너 ‘노은유’ 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훈민정음이었는데, 처음 본 한글은 글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단순하게 생겨서 재미있었습니다. 글자 형태가 동그라미, 네모, 선들로 이루어져 단순하고 신기했어요. 하지만 한글의 탄생한 배경을 듣고 나서는 이 형태가 너무나 잘 디자인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만들어진 한글 형태가 부리가 아닌 민부리인 점도 재밌었어요. 한자를 사용하던 시절, 모든 계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한 아이디어가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역사적 장소에는 대부분 한자를 사용한 것이 신기했습니다. 소백산에 다녀왔는데 정상에는 한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한글 창제 이후 한자의 사용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옛날 타이포그래피는 한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글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보다 훨씬 후에야 보편적인 문자로 사용된 것이 신기했어요.


마지막으로, 한글 디자이너들은 한글을 만들면서도 그에 어울리는 로마자도 한 벌 디자인하는 게 보통인데요, 혹시 도움이 될만한 강의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래 강의들을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ccent in type design, Aleksandra Samuļenkova

W. A. Dwiggins: The Experimental Type Designs with Bruce Kennett

Text and Type, Tobias Frere Jones

The Cube: practical research in theoretical models. with Erik van Blokland

The Designer’s Role with Matthew Carter 

James Edmondson




작은 소식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

6월 29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10년 준비 끝에 인천 송도에 개관했습니다. 프랑스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 중국문자박물관에 이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관한 문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첫 전시에서는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쐐기 문자 점토판과 같은 인류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소중한 문자 발명품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박물관 로비의 영상 장면 일부


각종 유물 외에 언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로비에서는 안그라픽스 디자이너 안마노 님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는데요, 점, 선, 기호, 글자로 세상에 나타난 글자의 풍경을 담아낸 영상입니다.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 어린이 체험실, 카페테리아와 같은 편의시설 등을 모두 갖춘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이번 주말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 주소: 인천광역시 연수구 센트럴로 217(송도동 24-8)

- 전화번호: 032-290-2000

- 관람 시간: 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 홈페이지: https://www.mow.or.kr/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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