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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변 Feb 02. 2024

IQ 85 돌고래인간이
수족관을 떠난 이유

모범생을 포기한 탈수족관 인생의 서막

바다로 떠나는 탈수족관


지독한 노력파이고 태도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지만, 항상 결과가 안 좋았다. 난 노력의 저주와 어울렸고 "하면 된다"는 류의 성공방정식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오히려 "하면 될까?"를 걱정하며 노력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었고 운동선수에도 도전했다. 잘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도전과 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20년을 살았다.


스스로 지쳐서일까?

수족관 속 모범생이 될 수 없다면, 수족관을 탈출하자

라는 마인드로 살았다. 잘하려고 하는 모든 행위들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중간만 가기로 인생의 목표를 수정했다. 대신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탈수족관"으로 살았다. 탈수족관 인생은 전통적인 모범생을 거부하는 자유분방한 도전의 삶을 뜻한다.



신나는 탈수족관


중간만 가려니 마음의 부담이 줄었다. 네팔, 몽골과 같이 산과 들로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대학학점은 평균만 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나갔다. 꿈과 비전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항상 상기시켰다.

꿈이 생기면 실패가 생기고 나는 상처받을 테니까...


중간만 하는 "탈수족관" 인생은 매우 신났다. 부담감도 스트레스도 없었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생겼고 취미활동도 많이 했다. 20살 이후에 합기도 유단자가 되었고 피아노도 3년 이상 배웠다. 중간만 가는 삶이 점점 재밌어졌다. 잘하려고 하지 않은 삶이 이렇게 신나는 것이었나?



탈수족관의 정점에서 TV 출연한 푸드트럭 사장이 되다


어머니께 돈을 빌리고 중고 트럭을 구매했다. 트럭 위에서 닭꼬치, 햄버거, 어묵 등 여러 가지를 팔며 장사를 시작했다. 노점상은 구청단속으로 매일 쫓겨 다녔고 기존 상인과의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장사는 성공했고 나는 TV, 신문 등 매스컴에 대학생 사장으로 오르내렸다. 


장사에 눈을 떠서 취업을 할지 장사를 할지 고민했다. (이때 장사를 했다면? 큰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기업의 CEO가 되고 싶단 막연한 꿈으로 취업을 결심했다. 장사를 통해 크게 주목을 받아본지라 자존감이 높아졌다. 회사생활을 잘할 거라 믿었다. TV에 출연한 대학생 사장은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회사에서 처참히 부서지고 5년 만에 퇴사한다. 그리고 히말라야로 떠났다.



돌고래인간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책 쓰기였다. 큰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 에세이를 쓰려고 했다. 나처럼 힘든 인생을 산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음에도 엄청난 성공자 레벨이 아니어도 책을 쓰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흙수저 돌머리가 노력형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실패 여행을 20년 이상 했다는 점.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커뮤티에서 내 인생스토리를 듣고 울고 웃어준 많은 분들의 응원도 책 쓰기에 큰 동기부여가 됐다.


놀랍게도 30대 중반을 넘기 시작하니 잘하는 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직업과 일을 거쳐오며 "자기 이해" 능력이 생겨서였을까? 노력들의 퍼즐들이 모이고 모여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알게 됐다. 도전과 실패 뒤에 굳어진 자존감은 날 더 탄탄하게 만들어줬다.


물론,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은 크게 성공한 인생은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살고 있고 주변의 인정도 받으며 산다. 무엇보다 행복하다.


힘을 얻어 "자기 이해"를 주제로 기업강의를 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패의 아픔에 대한 강연도 했다. 주제는 "돌고래인간의 수족관 탈출기"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성공자의 에세이가 아니다. 그러한 책을 원한다면 함량미달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류담론이 될 수 없었던 부족하고 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돌고래인간에 대해


이 책을 통하여 두 가지 표현을 종종 사용할 것이다.


첫째는 "돌고래"다. "돌머리 인간"을 이쁘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돌머리인간이라고 하면 허무하고 염세적이다. 하지만, 돌고래는 다르다. 사람보다 다소 IQ가 낮지만, 충분히 똑똑하고 애교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포유류이다. 돌고래란 표현이 돌머리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따뜻하지 않나?(웃음)


두 번째는 "돌고래 변호사"이고 줄여서 "돌변"이다.

여러 이유로 노력의 배신을 당한 돌고래인간을 안아주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돌고래변호사의 역할이다.


돌고래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대형 수족관이 보였다. 그 가운데 나처럼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돌머리 아니 돌고래도 보였다. 


태어나서부터 경쟁이 연속인 대한민국 사회. 획일화되고 답이 정해져 있는 수족관사회에서 입시성과로 자존감을 측량당해야 했던 수많은 돌고래인간. 인간의 개성은 "개 같은 성질"로 폄하하고 오직 전체만 중요시하는 대한민국.


우리 사회의 통과의례와 평균이라는 틀에 갇혀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돌고래 쇼를 해야 했던 배고픈 돌고래가 아녔을까? 실패자 낙인이 찍힌 많은 돌고래인간은 바닷속 돌고래처럼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존재이다. 수족관에 갇히기 전엔 큰 바다에서 개성대로 멋지게 점프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소중한 존재였다. 


돌고래인간로서 수족관을 떠나 진짜 바다로 나가려 노력했던 소박한 "자기 이해의 실패 여행기"를 적어보려 한다. 서커스에 지친 돌고래인간의 입장을 변호하는 돌변이 되고 싶다. 


나의 필명은 돌고래 변호사를 줄인 "돌변"이지만, "돌머리 변호사" 일수도 있다. 아니면, 변덕쟁이를 뜻하는 "돌변"일 수도 있다. 뭐든 좋다. 제도권 밖을 벗어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돌고래인간의 반전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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