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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변 Apr 11. 2024

퇴사 후 원양어선 타기
(Ft. 나를 찾은 실패여행 )

IQ 85 돌고래인간 대기업 퇴사 준비 2

퇴사 후 원양어선 탈까?


대기업 퇴사. 숨이 붙은 목숨이니 풀칠은 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생활 자체에 자신이 없었다. 작은 회사로 이직하면 셀러리가 줄지만, 업무량도 함께 준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IQ낮은 돌고래인간이니 화이트칼라는 포기하고 블루칼라 숙련공이 되고자 했다. 다행히 나는 3년간 푸드트럭을 운영한 TV출연 대학생사장 출신이라 사농공상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원양어선을 타면 돈 잘 번다는 소문을 듣고 시장조사를 했다. 연구를 하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고금의 지혜를 다시 한번 배웠다. 땅을 밟는 것이 당연한 인간에게 물 위를 걷게 하려면 상당한 위험수당과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원양어선탑승은 고소득 일 수밖에 없다. 땅은 바닥이 흔들리지 않지만, 바다는 진동 섞인 땅과 같으니 말이다.


4차원 돌변은 고등학교 시절 시체 닦는 알바에 도전했던 것처럼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에 도전한다. 다른 사람이 기피하는 일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믿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해의 변비에 빠져 폭발 위기인 대기업 직원 인생은 살릴 것 같았다.


반복 숙달 작업은 어느 정도 시간에 비례하여 실력이 늘 것이라 생각했다. 유관부서에게 NO라고 말하지 못해 모든 일을 떠 맞는 불쌍사는 피할 것 같았다. 고차원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의사결정하는 일에 머릿속은 지진이었다. 더 이상 뇌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돌머리에겐 몸 쓰면서 시간과 체력을 돈으로 교체하는 일이 필요했다.


뱃일에 대한  드라이브 겸 바닷가 인근 식당에 가서 주인아주머니께 원양어선 타는 방법을 물어봤다. 맛있게 음식을 먹다가 식당 주인에게 뱉은 진지한 한마디가 생생하다.


배 타고 싶어요. 어선 타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젊은 청년의 질문에 식당주인의 얼굴은 낚싯줄에 걸린 놀래미가 됐다. 식당아주머니는 그 일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며 나를 돌려보냈다. 원양어선 탑승 도전은 실패. 사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비록 짧고 굵게 고민하고 포기했지만, 실패여행을 통해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일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발명품의 노예와 청구서 좀비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 유행하던 TV프로 SBS 정글의 법칙. 족장 김병만이 타잔인간이 되어 수렵채집의 삶을 사는 것을 보며 돈과 삶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나도 저렇게 살아볼까? 팬티바람에 물고기 잡아먹고살면 돈 안 벌어도 된다"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하지만, 족장 김병만처럼 나무에 오를 수도 없고 허니문의 와이프를 타잔의 연인 제인으로 만들 수 도 없었다.


돈을 벌 자신이 없기에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현대의 삶이 자급자족 사회가 아니므로 각자의 직장에서 분업화된 역할을 통해 돈을 번다는 어린 시절 교과서를 몸소 이해했다.


문제는 점점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점이다. 돌변은 그 이유를 발명품을 사야 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한다. 50년에는 대중적이지 않은 ITEM을 편의상 "발명품"으로 정의해 보자. 


발명품 : 자동차, 스마트폰, 인터넷, 김치 냉장고 등


문명이 발달할수록 발명품이 많아진다. 50년 전에는 자동차 1대 있으면 "우와~ 부자구나" 했겠지만, 지금은 가구당 2~3대도 흔하다. 4인가족의 핸드폰, 인터넷 사용료도 만만치 않다. 냉장고뿐 아니라 김치냉장고까지 집에 모셔야 하기에 집이 넓어져야 한다. 대가족 제도에서 주거비는 크지 않았으나 현재는 초개인화 사회로 1인 1 가구가 많아 주거비 부담이 상당하다.


구독경제는 어떤가? 한 달에 얼마면 된다는 할부 마케팅으로 청구서 좀비가 탄생했다. 좀비는 영화 부산행처럼 끝까지 달려온다. 언제까지? 우리가 결제일에 송금할 때까지. 청구서 좀비를 나열하자면 입 아프다.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각종 클라우드서비스 등. 시원함을 선사하던 얼음정수기도 매월 결제일엔 얼음처럼 차갑게 변한다. 앞으로 더 많은 발명품이 우리의 소비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서비스의 공급자는 좀비를 풀어 매달 돈을 회수해 간다. 언제까지? 결제일에 송금할 때까지.



새로운 발명품을 소비하려면 더욱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새로운 발명품이 출시될수록 우리는 소비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필수 지출 항목과 총액이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의 고리.

맞벌이를 해도 저축을 못하는 이유는 발명품 소비에 있지 않을까?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


퇴사 후 직업을 찾는 실패여행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와 발명품 소비에 대한 소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무슨 차를 타든 명품을 사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눈치 보면서 중간만 가는 삶에 관심이 없어졌거든요. 중간만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SNS상 발명품 구매 인증샷에 관심 없습니다. 남이 기준이 되지 않으면서 나답게 살게 됐고 하는 일들이 오히려 잘 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 눈치 안 보고 그냥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 
물건이 짝퉁이면 어때요? 멘탈이 진퉁이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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