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뉴스가 나와서 우리를 씁쓸하게 했다.
이유가 뭘까? 비전문가인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너무 무겁게 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새는 많이 나아졌지만 어른들 앞에서 농담 한마디 못했다. 예전에는 점잖고 진중함이 미덕이었으니까.
지금은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 무게감을 덜어주지 않으면
쌓이는 스트레스는 의욕저하와 우울증을 낳고 그것이 결국에는 자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돌아보면 우리가 너무 진중하고 심각하고 가열하게 살아왔고, 이렇게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삶이 우리들 몸속에 스트레스를 축적시켜 왔을 것이다.
스트레스 없는 삶이 최선이겠으나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보면 평소에 무거움으로 가득한 삶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가벼움과 농담이 양념처럼 가미되는 그런 삶이 좋겠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점이 문제다. 정치인들이 농담 한마디 할라치면
언론 여론등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이 엄중한 시국에 농담이나 하고 있다고 난도질을 해대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이 언제 엄중하지 않았을 때가 있었던가? 세상은 항상 엄중했고 그중에서도
지금이 가장 엄중한 순간일 수밖에 없다. 왜냐면 지나간 시간은 당시에는 엄중했겠으나 지금은 한 자락의 추억일 뿐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지금 이 순간이 엄중할 수밖에....,
2차 대전 때 윈스턴 처질은 "히틀러가 공격해 오면 1당 10으로 물리치겠다"라고 호언 장담했다.
알다시피 히틀러 나치의 폭격으로 런던은 큰 피해를 입었고, 처칠은 의회에 불려 가서 의원들의
추궁을 받았다. "총리, 1당 10으로 물리치겠다고 했는데 어찌 된 것이요?" 처칠은 가볍게 응수한다. "1당 10이면 이길 수 있었는데 1당 11로 들어오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다". 사실여부는 모르겠으나 평소 처질의 유머러스한 면을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만약 이런 발언을 우리나라 정치인이 했다면 아마도 그의 정치 인생은 이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순간순간의 재미와 농담으로 우리의 삶을 좀 가볍게 하는 것이 좋겠다. 테레사, 프란츠의 무거움 보다는 토마스, 사비나의 가벼움이 우리네 인생을 더 살맛 나게 하지 않겠나. 물론 토마스는 테레사 때문에 좀 무거워졌고, 곰 같은 프란츠는 사비나 때문에 가벼워지기도 했지만.
밀란쿤데라의 또 다른 작품 "농담"에서 주인공 루드비크는 농담 한번 했다가 인생이 망가져 버렸으니
농담도 가려서 해야 하나. 그렇지만 재미추구와 농담이 인생을 좀 가볍게 하고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숨 쉴 구멍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