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중얼거림에도 눈길을 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를 표하며.
글의 세계를 오가다 보면 보인다.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 비해 나의 손끝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
나의 여행은 이제 막 출발길에 올랐기 때문에 무거운 배낭을 흔들며 길을 가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니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어리고 작은 그 아이에게로.
나는 살면서 가시로 이루어진 성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다. 옷 밑의 맨살이 찔리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몸을 넣고는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 쓰고 짠 눈물이 흐르는 강 앞에 웅크려 나의 얼굴을 질리도록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 물을 손으로 움켜 내어 얼굴을 씻어보았다. 짠맛을 내는 물은 눈 주변과 코끝을 붉게 물들였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면 또 걸었다. 낮이 저물었을 때 밤하늘만이 아는 실을 타고 내려오던 작은 별을 보았고 반짝이는 그 모습에 홀렸던 적도 몇 번인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진 별을 보며 어릴 적에 좋아하던 별사탕을 떠올렸다. 우산 모양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알록달록한 별사탕. 입에 넣어 살살 굴리면 단맛을 내며 녹아내린다. 껍데기가 닮았을 뿐이지만 어쩐지 하늘에 걸린 별도 단맛을 낼 것만 같았다.
가는 길에는 달 밑에서 선명해진 그림자와 인사를 나누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겉옷 주머니를 부풀렸고 머리카락을 흩어놓으며 짓궂은 장난을 걸었다. 솜털 같은 웃음을 웃고 만다. 유난히 빛나는 꽃에게도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나의 공간으로 돌아온 뒤에는 모든 것을 작은 테이블에 한데 모아놓았다. 주머니에서 잠든 밤공기, 눈에 담아 온 파란 밤하늘과 다섯 개 남짓의 별, 물병에 담아 온 눈물과 아픈 성에서 가져온 가시, 그림자와 꽃에게 건넨 부드러운 인사, 단맛을 더해줄 별사탕 한 줌.
그것을 솥에 몽땅 넣고 따뜻한 불 위에서 녹게 둔다. 특유의 향과 빛이 가장 강할 때 종이 몇 장과 잉크를 섞고 불을 꺼뜨린다.
그리고 나는 이제 완전히 식어 단단히 굳은 그것에 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내가 담긴, 당신을 비추어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