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위공 기적적인 대법원 파기환송, 사임당 작가의 경우
■ 사임당(가명)씨는 방송작가였다. 그는 한 중앙방송국과 주로 협업을 하는 조그만 외주제작사에서 작가로 일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로 5년째 일하고 있었다. 이 외주제작사는 중앙방송국의 퇴직한 임원들이 퇴사 후 거쳐가는 곳이었다. 21년, 중앙방송국 출신의 새로운 사장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기존 직원들이 일하는 가운데 굴러온 돌처럼 들어온 사장이 군기를 잡으려는 것이었을까?(재판정에서 그 사장을 직접 경험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는 요새 말하는 사전적 의미의 ‘꼰대’였다) 사장은 자신에게 사전 보고 없이 자막 한 줄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방송제작진들이 모여있는 앞에서 불같이 화를 내고는, 1주일 뒤 새로운 작가를 구했다며 사임당 작가를 해촉 했다.
■ 사임당 작가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사장은 이미 다른 작가를 통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었다. 사임당 작가는 21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소송 내내 사장이 주장한 것은, “자신은 사임당 작가를 해촉 한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장이 사임당 작가에게 집필 중단을 명하고, 다른 작가를 선임한 것은 맞지만, “내가 원하면 다음에 부를 수도 있으니 대기하라”라고 한 것이지, 해촉 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해촉 아닌가? 1심 재판부는 사장이 사임당 작가와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했다고 하면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지급하기로 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이에 불복해서 사장이 항소했는데, 1심과 유사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 이게 무슨 말인가? 2심 재판부는, 사장은 잘못이 없는 사임당 작가를 해임할 수 없으므로 이 집필계약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다만 사임당 작가가 손해배상을 원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서류가 사장에게 도착한 21. 8. 에 집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된 기간 전체를 손해로 배상할 필요가 없고, 사임장 작가가 소송을 제기한 날까지의 월급만 주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이 판결이 이해가 되시는가? 이 판결에 의하면, 사장이 돈을 주지 않아서 소송을 제기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계약기간이 모두 종료되기를 기다려서 그제야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른다. 10년 이상 민사사건을 다뤘지만 이런 논리는 처음이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판결에 불복해서 대법원에 마지막 정의를 호소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어디인가?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 중 80%는, 대법원 재판에 회부되지도 못하고 대법원의 재판연구관(부장급 판사이다) 선에서 “재판할 필요도 없이 기각당해 마땅한 사건이다”라고 분류된다. 법적으로는 심리불속행기각이라고 불린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해도, 대법원에서 2심 재판의 결과를 바꿔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억울하면서도, 과연 결과가 바뀔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대법원재판에 임했다.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방송작가들의 억울한 사정들(방송작가들은 방송계에서 을중의 을이다...)을 사례로 정리해서 추가로 제출했다.
■ 그런데 대법원은 의외로 “판결선고 기일”을 지정했다. 심리불속행으로 하지 않고, 패소든 승소든 이유를 적어 주겠다는 것이다. 선고일에 대법원은 사임당 작가가 계약해지의 의사를 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사건을 다시 판결하라고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그 어렵다는 대법원 파기환송을 받아낸 것이다.
■ 이제 제2심이 다시 열리게 되지만, 대법원의 판결 지침에 따라 재판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1심의 결론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아있는 셈이다. 근거를 가지고, 끝까지 싸우면 이길 수 있다. 사임당 작가님,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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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사진은 미디어오늘의 기사 중 사진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아래는 미디어오늘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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