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규 [동네정미소] 사장
“녹색심장을 가진 흙배지를 만나고 싶다. “
나는 1992년 대학교를 입학한 소위 ‘97세대’, ‘운동권’이다. 1995년 11월 30일 군 입대 전까지 탈춤반 활동을 열심히 했다. 1999년 복학 후 다시 학생운동을 하게 되었다. 2004년 9월 한총련 간부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된 적이 있고, 2008년에는 광우병반대 국민대책위 활동으로 집시법 위반으로 또 5개월 반정도 구속된 경험이 있다.
1992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 몸담아 온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여러 가지 이유로 정리했다. 2013년부터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카페 매니저, 중소상인 단체 활동, 동네정미소 창업까지. 현재는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과 정치적 독서클럽 읽는 사람들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과 힘을 숙성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학생운동이 훈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산업화의 동력도 소진되고, 민주화의 동력도 소진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50대에 접어든 요즘, 새로운 사회 비전과 동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요즘 내가 꽂혀 있는 것이 <KOREA 2045>이다. 2045년은 해방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싱가포르는 벌써 독립 100주년을 준비하는 <싱가포르 2065>를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 생태위기, 양극화, AI 시대. 진보 보수 중도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과 전문가, 시민들이 고민하는 ‘요즘의 문제들’이고, ‘미래의 문제들’이다. 앞으로 20년 새로운 사회 비전과 담론을 기획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방법론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 세력들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나는 현재 쌀, 밥, 술, 땅, 공간, 시간, 인간의 미래와 연결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쌀의 미래가 로컬의 미래다’는 슬로건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동네정미소의 활동 방향을 잡았다. 그러던 차에 농촌활성화사업, 지방폐교활성화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연히 경북 영천으로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이영수 씨를 전국농민회총연맹 활동을 할 때 알았던 거 같다. 2005년 WTO 각료회의 반대 홍콩원정투쟁단도 아마 같이 갔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직접적인 친분이 많지는 않았다. 요즘은 우연히 만난 경북 영천 복숭아농사꾼 이영수 씨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영수 씨의 힘은 현장성과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과 연결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진정성일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눈물과 미소를 기억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앞으로 이영수 씨가 해야 할 일 것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쌓아가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이영수 씨가 2024년 더불어민주연합 국회의원 비례후보로 출마한다. 나는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이후 나는 아직 정당에 가입한 적은 없다. 산업화 시대는 빨갱이를 무찌르고, 민주화 시대는 독재정권을 타도해야 했다. 운동권이었던 나로서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이제는 적을 타도하는 시대가 아닌 정치적 경쟁을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생물이라면 정당은 생태계다. 이영수 씨가 그 생태계를 더 다양하게 더 풍부하게 더 넓고 깊게 만드는 씨앗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이영수 씨 옆에 서기로 했다. 그리고 이영수 씨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더 많은 이영수가 나와야 한다. 이것은 작지만 진지한 나의 정치다. 4050 세대가 늙으면 6070세대가 될 것이다. 2030 세대도 또 4050 세대가 될 것이다. 지금 연결되고 함께 변화하고 계속 전진하는 ‘정치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이것이 장사꾼이 농사꾼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다. 2024년 녹색 심장을 가진 흙 배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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