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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Jan 24. 2024

마음 비우기

채의 독백

한동안 정말 많이 좋아했던 상대에게 정중하게 거절받았다. 

어쩌면 이용해먹기 딱 좋은 이 마음을 잘 돌려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던 상대가 진짜 괜찮고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배려해준 만큼 나도 마음을 비우는게 상대에 대한 배려임을 깨달았다. 여기서 내 마음 알아달라고 징징거리는 것 만큼 상대에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행동이 또 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다시 만났다.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마주해야하는 이 상황에서 난 마음을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좋아하되 좋아하지 않는 척 마음을 완벽히 숨기려고 한다. 그저 편한 상대가 되어보려 한다.



그에게 한 고백은 나의 계획에는 전혀 없던 고백이었다. 나의 고백은 더 멋드러진 타이밍에, 그의 마음을 확인 한 후 할 생각이었다.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그의 말에 나는 한껏 기대를 해 버려서 나의 마음의 반의 반도 담지 못한 그런 고백을 해버렸다.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마음을 하나도 담지 못했던 나의 가벼웠던 고백. 



사실 난 여전히 상대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 어쩌면 고백을 한 이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직 정확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괜스레 어색해지지 않으려 우리는 둘 다 무던히 노력 중이다. 괜히 옆자리에 앉는 것도, 다쳤다고 티내는 것도, 아픈건 왜 아프냐고 묻는 것도 우린 우리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지난 날 식사는 정말 설레었다. 나에게 궁금한게 있는지 이것저것 묻는 그대가 예뻤고, 좋았고, 어쩌면 우리가 잘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하게 만들었다. 눈이 펑펑 오던 날, 쌓인 눈 위에서 웃었던 그 날이 너무 즐겁고 예뻤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내려놓으려 하면서도 그 날들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저 더 나은 내가 되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괜찮은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앞으로 내게 중요한 것은 절대 마음을 들키지 않는 것,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나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잘 되면 좋은거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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