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앙 Nov 22. 2024

짐승가

s#1

잡동사니는 하나 없는 단칸방.

가구도 몇 없는 것이 그의 집에선 사람의 역사가 느껴지지 않는다. 

흔해빠진 사진 액자, 식물 한그루 없는 그런 집. 


다만 작은 어항에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두 마리만이 누군가 살아 있음을 짐작케 한다.

펼쳐진 암막커튼 속에서 나오는 햇빛이 두 사람을 감싼다.


남녀의 섹스가 끝난 뒤 상황 같다. 희수가 지영의 오른손을 쓰다듬는다.

지영의 오른 손목에는 덮을 수 없는 상처들이 가득하다. 어떤 것은 칼로 그은 듯, 어떤 것은 찌른 듯하다.     


"하나... 둘... 셋..."

     

지영이 손을 숨기려 하지만 소용없다. 이미 발가벗었지만 발가벗은 기분이다.

희수는 끝까지 지영의 손목을 붙잡으며 아픔의 개수를 센다.    


"죽고 싶었어?"     

"응?"     

"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세 번이나 죽이려 한 거야..."          


희수가 몸을 일으켜 세운다. 지영도 따라 한다.     


"왜 손목이야?"      

"그게 제일.... 그런 건 왜."     

"말해 봐. 어서."     


희수가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게 제일 안 징그러워."     

"다 똑같지 않아? 죽는 건..."     

"내 죽음은 잊혀도 내 깨진 두개골은 기억할 것 아냐..."

"바보."


지영이 희수의 담배를 뺏어 핀다.     


"그래서?"     

"일단은... 술을 사서 많이 마셨어... 그냥 마취 같은 거... 그리고 그냥 칼로 그었지 뭐. 

나중에 살고 보니까, 가로로 그으면 안 죽는데. 핏줄 따라 세로로 그으면 확실히 죽는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안 아팠어?"     

"아팠어..."     

"다신 그러기 없기. 맹세해."

 

희수가 지영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싼다.

희수의 품에 애기처럼 안기는 지영이다.

금요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