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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Jan 09. 2024

2024년 나는 나에게 100만 원을 투자했다.

낯설지만 반가운 나를 만나는 길, 그 첫걸음

적당히 행복한 2023년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어떻게 보냈는지, 나에게 어떤 한해였는지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가 답이다.

사실 별다른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 나는 남들처럼 평범한 한 해를 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내 능력 선에서 적당한 직업을 골라 7년째 무탈하게 유지 중이며, 새해가 바뀔 때마다 차곡히 연차를 쌓아가기만 하면 된다.

고로, 나는 2024년이 되면서 8년 차 방송작가가 되었다.

대개 내 주변 사람들, 혹은 방송작가를 대략 들어보기만 한 사람들은 8년 차 방송작가의 한 해는 다채롭고, 화려했을 것이라 기대한다.

“연예인 누구누구 만나봤어요?” “아이돌 A랑 B가 사귄다던데 진짜예요?“ “배우 C가 그렇게 실물 깡패라면서요? 어때요?”

방송작가가 모두 나 같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중 소수는 이들이 원하는 대답을 술술 뱉어줄 수 있는 인싸 of 인싸 방송작가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일단 나는 아니다. 일에 영향을 미쳐서 자료조사 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연예계 사건사고에 큰 관심이 없다. 그런가 보다, 한다.

직업의식, 직업 자부심이라는 건 실로 위대한 것이라서 평소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한들,

내 텐션은 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작가’이지, 그의 ‘팬’이 아니다.

같이 작업했다고 사적으로 다가가지도 않으며, 주변에 자랑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아무리 대스타를 만나도 막상 마주하면 사람 사는 일 다 똑같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나 빼고 다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이기지 못한다.

이런 속내까지 다 알리 없는 사람들은 연예인 만나며 재밌게 일한다고 부러워하지만, 이는 8년 간 방송작가를 계속 해온 이유 중에 단 한 번도 포함된 적이 없다.

8년 동안 끊임없이 방송작가란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른 진로를 고민하며 괴로워했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는 건 늘 ‘글’ 그 자체뿐이었다. 글 쓰는 일이 재밌다는 것. 하지만 방송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글 쓰는 일을 제일 적게 한다.

특히 ’나의 글‘을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방송작가는 내게 애증이다. 정말 하기 싫은 이유가 100가지인데, 딱 한 가지 글 쓰는 일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내가 해온 8년의 시간, 즉 경력이 있으니까 쉽게 두고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 컸다.


어쩌면 달라질 2024년


2024년 역시, 나는 여전히 애증의 방송작가를 품고 그저 그런 한 해를 맞이하려 했을 것이다.

적당히 일 하면서 적당히 벌고, 적당히 편하게 안주하는 삶.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그때는 이혼가정이 흔치 않았어서 나는 어딜 가나 사람들 눈치를 보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마치 아빠가 계신 것처럼, 가장 친한 친구도 속여가면서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인 듯 연극을 했다.

그때 생긴 내 좌우명은 ‘평범하게 살자’였다. 나는 이미 아빠가 안 계시니까, 친구들과 같은 평범한 가정이 아니니까.

세상에서 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이혼 가정이 더 이상 흠이 아니게 되었고 나도 부모님 그늘이 아닌 스스로 살아갈 나이가 되고 보니

어느새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21년을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살아오다 보니, 이대로 쭉 평범하다가는 스트레스 속에서 마냥 참는 일만 해내다가 인생 종 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과감한 선택도 해보고

글 쓰는 일이 하고 싶어 방송작가의 길을 찾아보고 공부하고 경험해 본 때처럼, 다시 공부하고 도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작가가 좋다. 평생 작가로 불리고 싶다. 다만, 방송작가는 무수한 작가의 세계 중 하나였다고 깨달았을 뿐이다.

방송작가로 언제까지 먹고살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던 나에게 다양한 문이 열린 것이다.


나는 나에게 100만 원을 투자했다


오래간만에 한 기특한 생각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새해가 되자마자 나는 큰 결심을 하나 했다.

100만 원을 통 크게 나에게 선물했다.

100만 원으로 아이패드 에어5와 애플펜슬, 아이패드용 액세서리 등등을 구매했다. (위 사진이 나의 첫 아이패드다.)

아이패드를 구매한 이유는, 첫 번째로 이모티콘 작가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모티콘을 그리기에 아이패드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두 번째는, 1일 1글쓰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글을 쓸 것이다.

누군가는 평소에 사고 싶었던 걸 응원으로 포장해서 당근처럼 쥐어준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패드는 맹세코 그간 눈길도 한번 안 준, 내게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다. 단 한 번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3일 밤낮으로 고민했다. 필요 없는 걸 100만 원이나 주고 산다니, 100% 과소비다.

안 그래도 프로그램 하나 끝내고 이제 돈 들어올 곳도 없는 프리랜서 백수면서. 100만 원을 쓴다고? 차라리 다른 걸 사라.

역시나 평범하게 살아온 적당히 행복한 ‘나’와 흐름을 거슬러 다른 길을 걸어보려는 2024년의 내가 치열하게 싸웠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어떤 책인지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겠다)

“이걸 과소비라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거야, 이건 ‘투자’야. 나에게 어떤 잠재력이 있을 줄 알고, 나에게 그 정도 투자도 못해?”

“내가 나를 밀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밀어주겠어.”

“나는 앞으로 매년, 나에게 100만 원을 투자할 거야. 내가 돌려줄 보상에 비하면 100만 원은 남는 장사지.”

‘소비’를 ‘투자’로 바꾸듯이 생각의 차이는 한 끗, 긍정과 부정도 한 끗, 하나만 뒤집어도 다른 결과값을 낼 수 있다.

앞으로 100만 원이 아닌 1000만 원, 매년이 아닌 매달! 나는 나에게 투자할 거다.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을 바꾸니 더 의욕이 샘솟는다. 보란 듯이, 보여주고 말겠다.

투자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하는. 나를 위하여.


2024년 1월, 앞으로의 나날이 너무도 기대되는 새해의 밤이다.

2024년, 여러분은 본인에게 어떤 투자를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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