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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엔지니어 Jan 22. 2024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 김봉중

태생부터 다양성의 나라 미국

인상적인 구절 다섯 가지


1. "필라델피아는 미국 최초의 계획 도시인 셈이다."


2. "그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식민지가 성장하면서 정착인들 사이에 빈부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구도 500 에이커 이상의 땅은 불하받을 수 없었으며, 땅을 팔고 사지 못했고,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위탁 관리 협의회 구성원은 아예 토지를 소유하지 못했다."


3. "밀워키 사회주의는 독일계 이민자들로부터 유래되었다. 1848년 혁명이 실패하자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왔고 사회주의 운동을 펼쳐 나갔다"


4. "올림픽 사상 초유의 개최지 거부 사태로 인하여 미국은 물론 세계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덴버 사람들은 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는 어쩌면 가장 덴버다운 전통에서 나온 결과인지 모른다. 파이크스피크에서부터 대륙횡단철도에 덴버를 연결시키는 것 등을 포함해서 도시 발전을 스스로 도모했던 덴버의 전통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5. "1913년 피닉스 시민들은 시 운영을 기존의 시장-시의회 체제에서 시의회-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꿨다. 즉 기존의 정치 관료들 중심에서 전문 경영인 중심의 운영을 통해서 타성과 부패로 점철될 수 있는 운영을 효율과 투명성을 보장받는 운영으로 바꾼 것이다."


대략 11년 전에 나는 실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내가 처음에 미국에 온건 학부시절 교환학생을 통해서였는데, 당시 근처에 있던 디트로이트에 들른 적이 있다. 나는 미국이라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 미시간이 어떤 상황인지 모른 채로 구경이나 할까 하며 디트로이트 시내를 걸어 나갔다. 그런데 그곳은 대다수 건물이 텅 비어 있었고 관리는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았고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다 싶어 다시 걸어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행색은 매우 남루해 보였고 표정도 이상했다. 나를 보며 밝게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개미 한 마리도 없는 없는 것 같은 적막한 거리, 관리 또한 전혀 되지 않은 듯한 으스스한 길에서 내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 남자가 내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올 때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나를 지나쳐 계속해서 이상한 표정과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기 갈 길을 갔다. 살면서 다양한 일해 여러 번 겁을 먹은 적은 있지만 정말로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미국이 어떤 곳인가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정보가 없던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제조업의 기반이었던 미시간의 중심도시가 어떻게 저렇게 될 수가 있을까?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디트로이트가 파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내가 유학을 떠난 남부의 학교 주변과 그 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새벽 3시에 늦은 밤 학교에서 집으로 가도 안전했고 심지어 그 시간에 조깅을 하는 사람까지 만나곤 했다. 다른 건 치안뿐만이 아니었다. 세금과 같은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도 달랐고 문화도 달랐다. 이웃집 간의 관계도 달랐고 학교생활도 달랐고 기업 문화도 달랐다. 졸업을 하고는 또다시 남부에서 서부로 이동을 했는데 또다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냥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것처럼 모든 것이 다르다. 


만일 미국에 다녀온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미국이 이러이러한 나라라고 이야기한다면 높은 확률로 장님이 코끼리 만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한 나라에 속해 있으면서 각 도시들은, 각 주들은 이렇게나 다르게 발전했을까? 그 이유를 미국의 역사를 통해 설명해 주는 책이 이 책이다. 각 도시들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이민자들이 주를 이뤘고 어떤 역사를 통해 한 도시가 발전했는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에 대한 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읽다 보면 미국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일궈낸 국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민자들이 들고 들어온 문화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며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도 처음부터 달랐다. 때문에 연방 국가를 이루고 살아도 각 도시들이 가진 고유한 특색들이 매우 강하다.


간혹 미국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나라가 되었을까를 고민해 본다. 미국은 적어도 내가 일하는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모두 과학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아성은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 이유가 이런 다양성에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몰락한 국가의 특징은 순혈주의였고, 제국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이 어느 순간 혁신을 통해 갑자기 탄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많은 기술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연구되고 공부하던 것들이 많다.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의 딥 러닝, 요즘의 새로운 반도체 등등도 적어도 수십 년간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공부되고 연구되고 개발되었다. 단 이것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어느 순간 이러한 기술들이 필요한 때가 오면 그때부터 일반 대중들이 알 정도로 퍼지게 되고 또 많은 인재들이 그 분야로 몰려 어마어마한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과학기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살아있는 학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먼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치자. 그 여행길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 더운 날씨에 등산을 할 수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그룹이 있다고 하자. 그들은 날씨가 덥고 오르막을 만나면 아주 일사불란하게 빠른 속도로 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거나 강을 만나거나 바다의 파도를 만나면 어떨까? 그 그룹은 좌초할 것이다. 진짜로 그 여행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그룹은 누군가는 더운 날씨에 산을 탈 수 있는 장비를 챙기고, 누군가는 강을 만났을 때 건널 수 있는 노를 저을 줄 알고, 누군가는 파도를 헤치며 보트를 몰 수 있는 사람들이 포함된 그런 그룹일 것이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회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나도 나름대로 흔하지 않은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내가 연구한 주제는 연구하는 사람이 아주 적었다. 나는 남들과 달라지고 싶었고 또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성격에 맞지도 않아 나의 선택이 좋았다. 물론 이 세상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연구를 하지는 못했다. 박사과정에 있을 때는 너무 독특하면 미래에 취업을 하는데 불리하거나 박사 기간이 늘어질까 봐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더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지 못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


앞으로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조금 더 과욕을 부려보자면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가진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그래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경쟁하는 삶이 아닌 나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 Number one 이 아닌 Only one 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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