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흔히 어른들이 어린이를 만나면 하는 질문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질문이 있다.
너는 꿈이 뭐야?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어렸을 적 나는 이 질문을 받으면 “피아니스트 아니면 변호사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피아니스트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예쁜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콩쿠르에 나가면 늘 상을 받았으니 당연히 나의 꿈 1순위였다. 변호사는 사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2순위로 꼽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이 질문을 다시 받았다. 바로 브런치 스토리 팀으로부터.
브런치와 함께 이루었던, 또는 이루고 싶은 작가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정작 대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출간을 꿈꾸며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여전히 낯설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꿈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때로는 꿈은 사악할 수도 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은 이루어진 모든 꿈에 권태를 느낄 수밖에 없고 세속적인 꿈들은 단계적으로 증폭되며 끝없이 더 큰 것을 요구한다. 결국 우리는 그것에 매달려 걸신들린 듯 살아가게 되고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인생 전체를 실패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견해에 깊이 공감한다. 누구나 꿈은 크게 꾸기에 그것을 이룬 사람보다 이루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나의 ‘브런치와 함께 이루었던 꿈, 그리고 이루고 싶은 꿈’은 거창하지 않다. 브런치 작가가 되던 날 적은 나의 자기소개 그대로다. 음악을 연주하고 듣는 것처럼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 그 즐거움을 조금 더 폭넓게, 더 오래, 그리고 무엇보다 소통하며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이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브런치스토리에서 꾸는 유일한 꿈이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로서의 나의 활동이 출간으로 이어지든, 토크 콘서트나 살롱 콘서트로 이어지든, 그것은 모두 예상치 못한 기쁨이자 작은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