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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Lee Dec 28. 2023

내가 꼴찌야?

미혼녀의 삶

갑자기 오랜만에 연락 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동창들인 경우가 가장 뻔하다. "나, 결혼해" 라며 연락이 오랜만에 오는 친구들.

갑자기 나한테 연락하는 계기들도 다양하다.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 인플루언서가 있는데, 너도 같이 팔로우했더라."

"우연히 너네 회사 앞 지나가다가 생각났어."

등등의 이유들.

결론은 "나, 결혼해." 여기까지만 하면 얼마나 축하할 일이고 좋을까. 

"너는 아직이니?"라는 말이 꼭 따라온다. "응, 아직이야" "만나는 사람은 없니?" "응, 없어." 

"왜 없니. 아직도 눈이 높은 거 아니니?"

하면서 결국 내 눈이 문제라며 한참의 잔소리들이 이어지는 연락들. 이럴 때는 가볍게 차단을 하고 싶다. 

그래. 우리 나이에 결혼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넌 그 자연스러운 걸 할 뿐인데 왜 이렇게 내가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잔소리가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과거에 걔 괜찮았는데, 너의 몇 년 전 엑스. 그 엑스한테라도 연락해 봐.' 하며 훈수까지 올 때면 화가 많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웃으면서 한 마디 날리는 건 더 가관이다. "네가 우리 중에 꼴찌가 너일 줄은 몰랐어." 

나도 몰랐다. 내가 꼴찌로 결혼하게 될 줄은... 아직도 나는 결혼 계획이 없다는 거에 더 놀랍다. 

그러면서 내 엑스들을 읊는 애들은 정말 내 친구인지 모르겠다. 점점 이 나이가 되어보니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나도 되받아치고 싶을 땐 "어떤 사람이랑 결혼해?"라고 물어본다. 전문직이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과 결혼하는 친구들은 얼마나 자신 있게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지 묻지도 않은 어디서 태어났는지부터 이야기를 한다. 그냥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는 친구는  그냥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면서 말끝을 흐리고 성실한 사람이 최고라며 나한테 '성실한 사람 만나!' 이러고 훈수까지 둔다.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지금 결혼을 하는 자신의 배우자가 한참 본인들 기준에 못 미치지만 결혼이 늦은 너보단 빠르게 하니까 그걸로 위로를 삼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니 더 황당할 뿐이다. 

"눈 높은 너보다 낫지 뭐" 이런 말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친구들이 아이를 낳으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너는 사진에 대해서 잘 아니까 어느 스냅이 좋아? 추천 좀 해줘. 하면서 한 술 더 뜨면서 너는 언제까지 결혼을 안 할 거니? 하며 되묻는다. 이런 핑퐁도 없다. 이렇게 소모적인 관계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안 하면 또 연락이 없다며 주변인들에게 험담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결혼을 하는지와 누구와 하는지가 이렇게 초미의 관심사인 줄 몰랐다. 내 삶 너희 삶이 있는 건데, 늘 평생 비교하는 친구들과 연락하는 게 쉽지 않다. 남편과 시댁이 뭘 해줬는지 비교하고 어떤 브랜드인지 가방부터 늘 들고 나와서 서로 자랑하는 애들을 볼 때마다 참 너희의 삶은 없니?라고 되묻고 싶다. 

"너 그렇게 일만 하면 평생 혼자 살아." 이런 악담도 없다. 정말 오늘도 힘든 하루다. 연락 안 하고 싶다. 

나와 미래에 여생을 함께할 배우자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널 만나기 전까지 이런 친구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비교에 너무 힘들었는데, 너라는 사람을 만나려고 내가 그동안 고난의 시간을 보낸 거 같아. 너는 나의 소중한 사람이야." 


라고 말이다. 얼마나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고 이런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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