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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May 10. 2024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정성 들이기

“전에는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거든요.”


“운동을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뭐 하루종일 기가 빨려서 그랬나 봐요. “


“너무 긴장하면서 일하는 거 아니야?”


“돈 버는 게 다 그렇죠 뭐, 암튼 요즘은 아이들이랑 여유 있게 이야기하니 좋아요.”


“그래. 엄마가 집에 있어야 해.”


아……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그 후에 나는 말하지 않았고

입을 다물고 옅은 미소만 지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요.

나는 다만 지금 이 오랜만의 여유가 좋다는 거지

일 자체가 싫은 건 아니에요.

물론 일이 힘들지만 분명 일이 주는 유익이 있어요.

저는 일하는 엄마로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고

사실, 그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제가 일하는 낮 시간에 주스 한 잔 덜 챙겨줘도

우리 아이들은 바르게 잘 자랄 겁니다.

아이들이 커서 일을 하다 어려울 때

나는 분명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음.

정성껏 말하지 않으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정성껏 듣지 않으면 틀리게 듣는다.


위 대화 속의 나나 상대방이나

대충 말하고 대충 들어서

말이 산으로 간 것이다.


말만 산으로 간 게 아니라 까딱하면

일하는 엄마와 일 안 하는 엄마가

웃으며 말로 공격하는 모양이 될 뻔했다.


그러지 않아야지.

그러기 위해 대충 말하지 않고


정성껏 말하고

정성껏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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