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접전이라는 예상을 깨고 압도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8년 전에도 트럼프는 예상외의 당선을 하였지요. 그의 당선과 재임 기간을 지켜본 미국의 지식인들은 대체적으로 트럼프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재임은 더 고립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취지로의 회귀를 나타냈다고 보았으며, 민주주의도 보편적 이상, 빈곤 완화, 기후변화와의 싸움과 모순된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트럼프의 재임을 ‘민주주의 위기’로 평가하였고, 저도 이들의 주장에 대체적으로 공감하였습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반응도 나왔지요. 특히 노동자들은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쌓는 비용을 멕시코에게 부담하겠다는 그의 약속이 그들의 적대감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공약을 ‘짜릿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노동자들에게 국경 장벽 건설 조치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이민자의 숫자를 줄여줄 것이라는 믿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요. 장벽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국가의 주권과 힘, 자부심을 재확인할 수 있는 상징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접하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며, 지난번 트럼프 재임 중, 트럼프의 당선이 민주주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생각도 다소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관련한 가장 많은 연구 업적을 낸 바 있는 뉴욕대학교 애덤 셰보르스키 명예 교수의 통찰력에 영향을 받아서이지요. 애덤 셰보르스키 교수는 “반이민 정책, 낙태(임신 중절) 반대, 성소수자 반대 등의 정책은 미국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의 논거는, 이와 같은 갈등을 평화롭게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인 선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극우 정당이라도 그들이 제도적 규칙을 준수하는 한 반민주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지요. 왜냐하면 민주주의자는 설령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가 위협받더라도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하고, 이렇게 대립되는 세력 간의 선거의 승복이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셰보르스키 교수는 “민주주의도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말로 그의 고민을 내비치고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아래와 같은 것이 바뀌어야 민주주의는 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끊임없이 옥신각신하는 치졸한 야심가들,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기 위해 만들어진 번지르르한 말들, 권력과 자본 사이의 부정한 관계, 정의로운 척조차 안 하는 법, 특권을 더 공고하게 만들 뿐인 정책”을 지적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