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우아해 보이고 싶어 합니다. 일상에서 우아한 사람을 만나면 따라 배우고 싶은 욕구도 생깁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24시간 우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아함이란 사회적 맥락에서 태도, 자세, 언어, 절제된 감정 표현 등을 의미하지요. 그러나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이므로 24시간 내내 우아함을 유지하는 것은 본성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를 정확하게 설명한 사람은 프로이트입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은 이드(id, 본능), 자아(ego, 현실) 그리고 초자아(superego, 규범)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습니다. 우아함은 초자아가 지배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윤리적 통제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배고픔, 피로, 분노, 성욕 등 생리적 욕구가 강해질 때는 이드가 전면에 등장하며 자아가 통제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식사할 때 입에 음식이 묻거나, 화장실에서의 모습, 격한 감정 표출 시의 표정 등은 우아한 자아가 아닌 본능적 인간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여러분의 머릿속에 우아한 사람이 있다면 그분이 식사할 때 입에 음식이 묻었거나 화장실에서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일상생활을 연극 무대에 비유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상황에서는 역할을 연기하며 우아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나태함, 짜증, 솔직한 감정이라는 진짜 자기 모습이 드러납니다. 외부 손님이 있을 때 다정한 부부가 손님이 돌아가면 싸우거나 말 한마디 않는 부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고매한 인격자 같이 언행 하는 우아한 사람도 혼자 있을 때는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아함은 관계 속에서 유지되는 ‘사회적 연극’이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중성의 표현입니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우아함은 24시간의 지속이 아니라 어느 상황 속에서 자기 통제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순간적 표현입니다. 따라서 우아함을 항상 유지해야 하는 미덕으로 보기보다는 필요한 순간에 깨어 있는 의식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인간적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우아하다고 뽐내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아함이란 꾸밈이 아니라 불편한 순간에도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의지이고, 우아하다고 착각하는 그 순간 우아함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