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초이튿날입니다. 12월은 단순히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는 의미보다는 인간의 시간 감각이나 기억과 기대가 섬세하게 얽혀 있는 의미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12월은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을 품은 시간입니다. 한 해가 끝난다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왔던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문턱 앞에 서게 합니다. 몇몇 철학자나 과학자들, 예를 들어 헤라클레이토스나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흐른다’고 주장을 했지만, 저는 철학적 또는 과학적 근거로서가 아니라 제 감정으로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며 평가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2월에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지난날을 반성하는 시간이고, 정리하는 시간이 아닐까요? 그리고 포기하거나 다시 붙잡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누구를 용서하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러면서도 새해를 준비하는 예비 기간입니다.
이렇게 12월은 복잡한 심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이나 회상, 그리고 채우지 못한 목표에 대한 아쉬움, 원망도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인들은 12월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하였지요. 릴케는 “당신의 삶을 되돌아봐라./ 아직 의미를 완성하지 못한 채/ 묻혀 있는 질문들이 있다.”라고 하면서 12월을 내면의 질문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라고 했습니다. 파블로 네루다는 “나는 잃어버린 것들을 세지 않는다./ 대신 나를 통과해 온 계절들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라고 하면서 12월을 숫자로 평가하는 달이 아니라 지나간 계절을 감정으로 다시 꺼내 보는 달로 묘사했지요.
우리나라 시인 중 나태주 시인은 “올해도 수고 많았다,/ 나요.”라는 짧은 말로 나 자신을 쓰다듬는 달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지난날은 지나갔으니/ 쌓인 눈 위에/ 새 발자국을 남기리라.”라고 하여 새로운 길을 조용히 시작하는 결심의 계절로 12월을 노래했습니다.
이상과 같이 12월이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지요. 단지 한 해를 떠나보내는 것이지만 그 시간은 우리를 남기고 갑니다. 그래서 ‘나’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아닐까요? 그래서 12월은 끝이 아니라 끝을 알고 난 뒤에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고 내일을 질문하는 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