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생리예정일이 이틀 지났다. 얼리임테기에서는 진한 두줄, 스마일 임테기에서는 연한 두줄을 봤다. 예상 주수는 2주 5일이다. 마침 설연휴 끝난 직후인 2월 3일(3주 3일차)에 난임병원(마곡 감자와눈사람) 초진예약이 되어있어서 병원에 가서 초음파든 피검사든 요청할 생각이다. 사실 이번에는 절대 임신이 아닌 줄 알았다. 지난달에 겪었던 증상이 1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리예정일이 지날 때까지 얼리임테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지난달에 화학적유산을 겪었기 때문에 기대가 적기도 했다.
지난달 기록을 간단하게라도 남겨보자면...
배란+15일 얼리테스트기 희미한 두줄, 원포테스트기는 매직아이로 아주 희미한 두줄이 나왔다.
배란+16일 얼리테스트기 단호박 한줄이 나왔다. 이때가 생리예정일 3일 전이었고...
배란+17일 산부인과에서 피검사했는데 hCG 수치 11 나왔다.
피검사 다음날, 그러니까 생리예정일 하루 뒤에 생리가 터졌다.
이게 정말 임신을 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사실 생리는 딱 하루 늦어졌을 뿐이고.ㅋㅋㅋ 정신병처럼 테스트기를 여러번 해보지 않았다면 흐린 두줄도 보지 못했을 텐데. 산부인과에서도 보통 같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텐데...하고 말끝을 흐렸다. 아무튼 그렇게 종료(?!)된 나의 첫번째 임신... 막 눈물이 나거나 그러지 않았다. 온 몸으로 임신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그 증상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 임신이 아니구나. 끝났구나.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호박 한줄을 보게 된 것.
이번 달에는 얼마나 철썩같이 비임신이라고 믿었는지 당장 5일 후에 출발하는 비행기표 결제 직전까지 갔었다. 삿포로 인당 80만원... 솔직히 표값은 괜찮았으나 연휴중이라 국제운전면허증 발급도 안돼(렌트도 못해), 버스투어며 택시투어까지 다 매진이라 결국 못 가긴 했다. 그런데 결국 임테기 두줄을 보고 나니 안 가길 잘했다 싶다. 거기에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까지...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연초다.
사실 '임신'에 집중을 하지 않고 지냈던 한 달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평가결과가 나왔고, 내년 연봉이 확정되고, 성과급이 결정되는 등 중요한 시기였다. 특히 이번달 초에는 드라마 공모전 마감이 몰려있어서 신경이 온통 공모전 제출에 쏠려있기도 했다. 1월 1일부터 금주를 하려고 했으나 공모전 스트레스로ㅋㅋㅋ작심사일이 되고 말았던... 1월 5일에 대방어에 소주 반병을 시작으로 고삐를 풀었다. 과음도 아니고 폭음 수준으로 쳐마신 것 같다. 임신 확인 며칠 전에는 숙취 때문에 안하던 술토도 했다...(한심)
사실 배란기 직전에는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원래도 있었던 편두통, 소화불량이 정말 심해져서 안 듣는 약까지 먹었다. 거기다 비문증, 광시증이 심해져 영등포 김안과에도 다녀왔다. 혹시나 망막박리 증상일까봐 걱정이 되어서. 다행히 검사결과는 괜찮았다. 그리고 배란기와 공모전 대본 제출 기간이 딱! 겹쳤는데, 이때 하루 8시간씩 쓰고, 입 쉴 틈 없이 계-속 먹고, 이틀에 한번 숙제하고 기계처럼 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또 화유일 수도 있지만) 두 달 연속 자연임신에 성공한 비결은 이틀마다 관계하는 전략이 먹혔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도 화유로 종결된다면 더이상 자연임신을 시도하지는 않겠지만...그래도 혹시나 검색해서 이 글을 보는 분이 있다면 생리 끝나고 일주일 후부터 약 2주 동안 이틀에 한번씩 관계하는 걸 추천한다. 배란테스트기를 매일 해야 하는 압박, 귀찮음도 없고 배란일에 맞춰 바짝 숙제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없다. 물론 참고용으로 배란테스트기를 하긴 했지만 건너뛴 날도 많았고 피크가 대략 언제쯤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틀에 한 번이면 남편도 나도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 완전 추천한다.
그리고 5주차가 예상되는 지금...뭔가 증상이 있다면 아래와 같다.
1. 복근 쪽 배가 계속 땡긴다.
(이건 지난달에도 그랬다! 근데 이번에는 이틀전에 요가를 좀 빡세게 하긴 했다.)
2. 가슴이 부풀고 아프다.
3. 살짝 미열이 있다. 얼굴 홍조가 심해졌다.
4. 먹는 양이 확실히 늘었다.
남편이 많이 먹는다고 놀랬다. 속이 비어있으면 좀 힘든 느낌이다. 만약 임신이 유지된다면 입덧이 심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지금은 일단 12~16시간 공복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 불면증...너무너무 졸린데 잠 들기가 어렵고 잠이 들어도 선잠을 잔다.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한다.
지난달과 다른 점은 Y존이 쿡쿡 쑤시진 않는다. 아랫배, 자궁쪽이 이케저케 비틀리는 느낌이 살짝 나긴 하는데 워낙 장이 안 좋아서...그냥 과민성 대장증후군 아닌가 싶고. 그리고 나란 인간은 대단한 플라시보 인간이라 임테기 두 줄 보는 순간부터 저 모든 증상이 시작된 것 같기도...하하.
병원에 가기까지 4일 남았다. 다른 산부인과에 가도 되는데 굳이 난임병원 예약을 챙기는 이유는, 또 화학적 유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산 3번이면 습관성 유산이라고 한다. 사실 이게 내 문제는 아닐 것 같고, 남편 정자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염색체 결함 때문에 아기가 착붙하기 어려운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무조건 시험관이 답인 거고... 여전히 시험관은 무섭고 싫지만 자연임신 두 번이나 성공했으니 시험관은 한 방에 될 거라고 믿는다.
이번 임신이 화유로 종결되지 않고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애 낳을 생각은 없지만 이름부터 지었던 우리 부부...서울이라는 이름을 5년 전에 지었던 것 같은데 빨리 부를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만약 서울이가 태어난다면 예정일은 10월 초다. 어쩐지 황금연휴라는 올 추석에 아무 계획도 세우고 싶지 않더라니...다만 힘들게 예매한 오아시스 공연은 못 보러 갈 것 같아 그게 좀 속상하다.
1월 1일에 여수 향일암까지 2km를 걸어서 일출을 보러 갔는데...(일차선이라 향일암 가는 차가 꽉 막혀서 걸어가지 않으면 일출을 볼 수 없었다...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별이 쏟아지는 산길을 걸었던 기억....정말 추억이다...) 거기서 삼신할머니 부처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께 제발 서울이를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게 먹혔나? 몇 년 전에도 소원을 들어줬던 향일암은 정말 영험한 곳인가? 아님 엄마가 1월초에 아주 좋은 꿈을 꿨다며 얘기해준 게 정말 태몽이었나?
하루하루가 점점 더디게 흐를 것 같다. 오늘은 설 당일이라 엄마네도 가고 시가에도 가고 할머니네도 가는데 입이 근질근질할 것 같아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