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소규모라고 해도 과장일 법한 이동식(?) 장터란 것이 존재했다. 출근시간 지난 아파트 단지 안이나 옆 공터면 충분했다. 요일을 바꿔가며 단지별로 옮겨 다니는 일종의 팝업이었는데, 지위에 걸맞게 제철 과일, 채소, 때로는 해산물 트럭도 왔다. 홍게랑, 굴도 팔았으니까. 그냥 길바닥에 빨강 파랑 바구니와 검은 봉지 봉지가 주욱 놓여 있다가, 판매자의 인심과 구매자의 덕담 중에 금방 금방 떠나갔다. 그중에, 손두부가 아주 가끔 등장할 때가 있는데, 아침에 만들어 아주 따뜻한, 하얀, 울퉁불퉁 모두부, 말강 말강 순두부. 사람 입맛이란 대체로 비슷해서 언제나 일등으로 매진되곤 했다. 애초에 양이 많지도 않지만, 한 시간도 버텨주지 않았기에 허탕 치기 일쑤였다.
처음 접했을 때가 얻어걸린 셈이었는데. 사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다시 먹을 수가 없었다. 그 따뜻함과 고소한 흰색은, 양념 하나 없이도 그 자체로 충분한,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맛이었는데. 그 후로도 종종, 음식 놓고 말하기 좋아하는 자리에만 가면, 그 두부트럭 얘기를 종종 하곤 그랬다. 세상에 그런 맛이 없다. 너는 그런 거 먹어본 적 있냐. 마트나 뭐 공장 두부 예쁘기나 하지 그건 진짜가 아니다. 첨가물이 뭐가 들었다던데 등등.
이번에 동네 새로 생긴 손두부 매장. 기억이라기엔 과장이지만, 분명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그 콩향이! 아침 일곱 시 반이면 막 꺼낸 따뜻한 두부를 살 수 있다는데, 아직 시도는 못했다. 닷새 동안 세 번을 갔음에도! 조만간 휴가를 내고서도 꼭 한 번은 해 보리라 결심했다. 신나는 마음에 주변에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다. 그리고 두 명 중 한 명의 대답은, 아 거기. 그거 전국에 지점이 꽤 될걸. 프랜차이즈야. 그제야 검색을 해보니 웬걸, 아주 오래된 곳이었다. 전국 지점 수도 좀 많은 수준이 아니고 엄청 많았다. 요즘은 이런 것도 가맹사업이구나.
잠시만, 그렇다는 것은 내 입맛이 그럼.
역시 그래서 맛있었나.
뭐. 입맛이야, 다 개취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