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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Jun 03. 2024

하루 중 내 선택

나 사용기

하루 중에 내가 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닌 것.

해야 할 일이라 해야 하는 것 말고.

나를 위해 내 것으로 하기 위한 내 선택의 총량.


일을 하고,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하고, 전화를 하고를,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곳을 청소하고, 어떤 먹거리를 만들고, 누구와 무슨 통화를 했는가로.


하루 생활을 범주화하지 않고,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어떻게가 보인다.

어떤 일을,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누가 무엇을 위해 쓰는 공간을 어떻게 청소했는지,

누가 먹는 식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통화 내용은 누구와, 어떤 것이 주제였는지,

나는 주로 청자였는지 또는 화자였는지,

어느 쪽이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들여다보기는 나를 돌아보기도 된다.

오늘 내가 한 선택에서의 나의 모습을 되새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 자체 되감기 말고, 그 선택에 닿기까지의 내 모습을 살피다 보면,

결국은 다 나를 위한 것이었으니,라는 자기 위안 말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들과 아닌 것들을 구별할 수 있다.


늘 마시던 커피에 이런 저런 샷을 추가했더니 업무가 재밌(?)더라든가,

노동요로 신나는 운동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던가,

내 옷장 정리에 특히 집중하다가, 수학여행 사진을 발견하고 배꼽을 잡았다던가,

식단에, 나만 먹는 가지구이에 나도 좋아하는 한우 등심을 구웠다던가.


허전한 기운이 마음에 연기를 피워낼 때,

먹먹함을 휘휘 저어내느라 힘을 쏟지 말고,

내게 이미 있는 빛을 넓히는데 집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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