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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니 Jan 15. 2024

한 해의 시작을 한라산에서.

2024년 1월의 기록

해피 뉴 이어.


제주에서 맞은 새해. 게하 사람들과 함께 카운트 다운을 했고, 일출을 봤고, 한라산을 올랐다. 예약을 하지 못해서 백록담을 가지는 못했고, 한라산 옆에 있지만, 백록담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하지만 길은 막혀있는) 윗세오름을 올랐다.


제주로 출발할 때부터, 등산화를 신고 가야 하나, 여분의 신발을 챙겨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짧게 4일 동안 다녀오는 제주이고, 배낭 하나를 매고 갈 예정이었어서, 게다가 나는 뚜벅이로 다녀올 예정이었어서 신발 하나의 부피는 가방에 부담이 되었다. 특히나, 겨울 옷은 부피가 크기에 더더욱이 부담이 되었었다.

결국, 바닥이 그래도 괜찮은 운동화를 신고 제주로 갔고, 그 신발 하나로 4일 동안 여행을 했으며, 한라산 윗세오름까지 등반을 했다. 무모하게 보이지만, 사실 출발 전 열심히 찾아본 블로그에서 그냥 일반 트레이닝화를 신고 올랐다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보고 조금의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나는 등산화도 신지 않고 오름을 올랐다. 왕복 3시간 코스라고 그랬는데, 오를수록 커지는 상고대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눈과 설산의 경치를 감탄하느라,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오르느라 그것보단 훨씬 더 걸렸다.

새해 일출을 보고 출발하느라 조금 늦게 오름을 올랐고, 그래서 오를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오름의 정상에선 구름이 껴 해를 볼 수 없었다. 바람이 불었고, 눈이 날려서 재난영화를 보는 듯했지만, 그 또한 장관이었다. 빠르게 쉬며 점심을 먹었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채워 컵라면까지 가지고 올걸 후회를 했지만, 휴게소에서 사 온 주먹밥에 그냥 만족했고, 옆사람이 나눠준 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날씨가 추워 발이 얼기 시작했고, 그래서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휴대폰의 배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침 일출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탓이겠지.



하산은 빠르게 했고,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재정비 후, 다시 외출을 했다. 새해 첫날의 마무리는, 다 하지 못한 한 해의 회고와 새 해의 계획으로 끝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숙소 근처 카페로 향했고, 한 동안 카페에 앉아 못다 쓴 회고를 썼다. 2023년의 분기별 목표를 가져와 회상하여 회고하고, 2024년도에는 어떻게 살면 좋을지 기록하였다.


그냥 일반적인 일기에 쓰듯이 2023년을 뒤돌아보자면, 순탄치 만은 않았던 한 해였지만, 많이 성장하고 배웠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업무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그럼에도 직장인으로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한 회의는 드는 한 해였다. 2023년도 말이 되어서야 나는 그냥 흘러 보내고 한 해동안 성장하지 못한 만큼 한 번에 계단을 올랐고, 그렇게 독립적인 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은 한다. 지난날동안 너무 의존적으로 살아왔고, 편리함을 추구했다. 안전지대에만 있었고,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다른 방면에서 도전을 한다는 핑계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점검은 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론 혼자 많이 생각하고,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도전하며 성장해야겠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내가 이뤄낸 성장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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