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자들 1

스물셋

by 화니와 알렉산더

연민이라는 게

맹장 같아서

없어도 살 수 있건만

너희들은 자꾸 나를 가련하게 여긴다


외려 그 연민이라는 게

맹장에 생기는 염증 같아서

없으면 부디 없으면 좋으련만

너희들은 자꾸만 나를 측은하게 여긴다


문화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난 건 나의 주체적 선택이었다

나를 기른 산하에

굿바이를 외친 건 오롯이 나의 결단이었다


긍휼히 여기지 말아 다오

나에게는 꿈이 있으니까


고향 사람들이 다 세상을 떠나면

나는 기어이 빈 터에 돌아가

진흙으로 새 사람들을 빚을 테니

그리고 그들에게 매일 말할 테니


폭력에 관한 한 최대한 민감해지거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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