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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별 Jan 23. 2024

회고#1. 비전공자 개발자로서 첫 회사를 떠나며

나의 첫 커리어 시작점이었던 회사를 떠나며 이번 회고 작성을 결심하게 되었다.

비록 모두가 흔하게 생각하는 회고와는 다른 점이 될지언정,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해 돌아보며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 회고를 기점으로 지속적인 회고글을 작성할 생각이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개발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처음부터 개발자를 목표로 살아오던 사람이 아니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관심도 없었으니 말이다.

정말 우연하게도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학과 차원에서 "우수 학생"에 한해 "개발 국비 교육"을 받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이 기회는 밑져야 본전이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자원하여 교육을 받았다.


평생 몰랐던 개발을 처음 접한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입력한 대로 만들어지는 화면과 동작들 모든 게 충격적이었다.


교육은 단순하게 "웹 개발자 양성과정"이었으며, 재미를 붙인 나는 주말까지 헌납하며 개발에 몰두하였다.

즐기며 노력까지 해서일까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공공 SI"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성장 도모


첫 회사를 입사하자마자 시작한 것은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성장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블로그 같은 곳에 "기록" 하는 것을 성장의 도구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개발자로서의 첫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


개발자로서 첫 사회생활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도 처음이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첫 사회생활이었다.

이 회사는 요즘 흔하게 생각하는 IT회사답지 않게 직급이 정확하게 나뉘어 있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임이사, 대표 등 어느 회사에나 흔하게 있는 그 직급체계 말이다.


이 회사에서 3개월간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서 이제 투입이 되려는 찰나 내가 생각하던 업무와 많이 달라서 당황했었다.

그렇게 개발자인 듯 개발자답지 않은 업무들을 처리하다가 본격적으로 큰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새롭게 팀이 만들어지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게 내 개발자로서 첫 전환점이다.


"개발자로서 첫 전환점"이라고 칭했던 이유는 첫 프로젝트부터 퇴사하는 그날까지 함께 일했던 개발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하신 부장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전형적인 모래시계 형태의 직급 구조로 미들급이 매우 부족하여 자연스레 내 사수는 모든 중간을 건너뛰고 부장님이 되셨다.


이 분을 만나고 방향을 잃고 헤매던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나만의 방향성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팀이 거의 흩어지지 않고 유지되면서 같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여기는 분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가 거의 모든 범위의 업무를 커버해야만 했다.

기획부터 시작해서 개발(환경설정, 프런트엔드, 백엔드 등) 업무, 고객응대, 배포, 운영, 유지보수 등

진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년, 2년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우수 직원


어느덧 3년이 지나 4년 차가 되던 해에 우수직원에 선발되어 공로상을 수여받았다.

뭐랄까 특별한 건 없었고 상패와 약간의 위로금을 받고 사진을 찍는 게 전부였다.


그렇다 자랑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수치로 자랑하자면, 약 130명 중에 관리자급이 아닌 개인 수상자는 단, 2명만 받는다.

그렇게 나는 3년 만에 이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력 중 하나가 되었다.


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여기서 나의 역할은 개발은 당연하게 하면서, 중간 관리자로서의 역할마저 주어졌다.

내 밑으로 4명의 직원을 가지고 한 프로젝트의 개발업무를 마쳐야 했는데 부족한 인력이었음에도 성공적으로 마쳤던 게 우수 직원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퇴사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다.

나는 우수직원이 되었다 한들 이미 지쳤고, 마음을 정했다.

계속해서 바뀌는 근무지로 인해 끔찍한 출퇴근 (가장 심했을 때는 1년 넘게 왕복 6시간 이상을 다녔다. 5번을 환승하며 다녔다는 건 안 비밀), 개미처럼 일해도 베짱이랑 동일하게 받는 급여,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과도하게 몰리는 업무량, 굉장히 보수적이고 낙후된 기술력 등

여러 이유로 인해 나는 굉장히 지쳤고 심지어 그로 인해 몸도 굉장히 안 좋아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건강검진을 받고 스트레스 지수를 보면 1~5단계라고 가정할 때 4단계 끝자락이라 의사소견으로도 좀 쉬라고 적혀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개발자로서 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로드맵이 있고, 그걸 여기서는 이룰 수가 없어 퇴사 및 이직을 결심하였다.

그래서 그걸 이룰 수 있는 회사가 목표이다.


쓰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는데, 이것도 더 길어질까 봐 적절하게 끊은 것이다.

지난 3년간 비록 전문성을 떨어지지만 내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은 정말 값지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러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었던 게 정말 맘에 든다.


2022년 4월, 이렇게 나는 한 직장에서 3년 4개월 간의 여정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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