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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Sep 20. 2024

공포영화 <늘봄가든> 후기

한국 공포영화가 쉽지 않은 이유?

*영화 <늘봄가든>에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근데 무섭지는 않음.


가을이 왔어야 하는 시기지만, 아직 늦여름의 덥고 습함이 느껴지는 밤.

왠지 모르게 찝찝~한 저녁이었습니다.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영화 한 편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는  베테랑 2, 늘봄가든이 상영 예정이더군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포영화 매니아지만, 늘봄가든의 후기가 별로였거든요.

그렇다고 베테랑 2를 본다? 베테랑 2도 후기가 재밌다와 아니다로 갈리는 상황.

잠깐의 고민 끝에 늘봄가든을 예약했습니다. 공포영화는 후기가 좋은 걸 본 적이 없었거든요.

좌석은 92석에 4자리가 차있었습니다. 1 커플에 1인좌석 2개가 따로따로 예매되어 있었죠.

'혼자는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웬 걸, 자리에 한 명도 없는 겁니다.

아니, 4명이 다 취소했다고?

이게 진짜 공포지....

공포 영화 전세를 내다니, 짜릿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금 쫄리긴 했지만, 중요한 필기시험을 앞두고 내심 '귀신을 봐서 대박 나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미친넘아...)


본격적으로 영화 얘기를 해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늘봄가든은 한국 공포영화가 망했나?라는 질문에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1. 클리셰 떡칠

2. 개연성도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스토리

3. 영화를 끝까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정보들. 끝까지 불친절한 정보제공

4. 발전할 생각이 없는 귀신들, 연출법.


이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공포 영화를 볼 때

1.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떻게 타는가

2. 스토리 라인의 탄탄함(-정보의 불친절함을 어떻게 해소시켜 주는가)

3. 미술적인 부분(cg, 화면 속 연출 등)

을 주로 봅니다. 늘봄가든은 이 모든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어요.


늘봄 가든을 보고 작년에 봤던 '옥수역귀신'이 떠올랐습니다.

개봉 당시 봤을 때 '나름 괜찮았는데, 엔딩이 좀 아쉽다'라는 평가를 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옥수역귀신은 웰메이드더군요....;;



1.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떻게 타는가

공포영화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떻게 줄타기를 하는가 하는 '훅'이 가장 중요합니다. 적당한 현실감각, 그리고 현실감각에 마취제를 뿌려놓는 그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늘봄 가든은 한국 3대 폐가에 들어가는 유명한 네임드 장소입니다. 실제 있었던 장소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하는 건 득과 실이 확실합니다. 유명한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 영화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특히 공포영화라는 장르는 실제 장소를 가져왔을 때 더 섬세하게 제작해야 합니다. 아예 새로운 얘기를 할 것인지, 괴담의 내용을 따라갈지가 중요하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옥수역 귀신' 단편적인 괴담을 스토리로 엮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탄탄했습니다. 시작부터 괴담을 활용해 분위기를 쌓았고, 지하철역을 건설할 때부터 시작된 사건, 그리고 주인공과의 연결성, 극 후반부에 주인공이 모든 비밀을 알고서 이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장면까지. 모두 '그럴듯해..'라는 스토리 흐름이었습니다.

근데 늘봄가든은 아니었어요. 그냥 클리셰 덩어립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파헤치는 주인공.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귀신을 거둬준 남편, 그리고 정분나는 클리셰. 뭐 그냥 공포영화 100개 착즙 해서 나온 클리셰로 만든 영화 같아요.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뭐... 탈 수가 없습니다. 스토리가 어느 정도 논리성이 있어야 선을 타는데, 논리의 점들이 연결이 안돼요. 2번과 연결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스토리 라인의 탄탄함(-정보의 불친절함을 어떻게 해소시켜 주는가) (강력 스포 주의)

영화 늘봄가든은 괴담 늘봄가든의 프리퀄 같은 영화입니다. 왜 거기가 괴담이 나오는 곳이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죠.

늘봄가든은 스토리가 엉망이에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귀신의 욕망이 확실하지 않아요.

정보도 불친절한데, 이게 불친절한 정보를 수집해 가면서 전체적인 맥락이 잡혀야 하는데, 너무 쓸데없이 불친절한 정보가 많습니다. 끝까지 영화를 다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늘봄 가든은 가출팸 고등학생 4명이 어떤 집에 들어가서 누굴 찾으면서 시작되죠. 그리고 거기서 귀신이 등장해요.

그다음 장면엔 한 남자가 목을 메 아내 앞에서 죽습니다. 주인공인 아내가 남편이 남겨둔 유산으로 늘봄가든 집에 들어가게 살며 일어나는 일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이 시점에 이미 귀신은 늘봄가든 집에 있었죠)

아내는 집에서 남편을 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꿈을 꿉니다. 이상한 아내는 집에 걸린 자기 초상화 뒤에서 한 고등학생 여자의 사진을 찾아내고, 그 여자애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합니다. (이 시점에 아내는 귀신에 씝니다.) 여기에서 경찰을 만나고, 경찰이 이 고등학생이 가출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미 찾고 있었다는 걸 알아냅니다.

그리고 첫 장면에 나왔던 고등학생 4명을 찿아다니죠.

그리고 주인공이 만난 고등학생들은 다 죽어요. (주인공을 만난 고등학생들이 귀신에 의해 죽임을 당함)


그리고 첫 장면에 집에 들어간 가출팸 고등학생 4명 중 한 명은 어떤 주술사 집에 갇혀 있습니다.

근데 그 주술사가 누구의 아빠냐, 성 착취 당해 목을 맨 그 고등학생의 아빠입니다. (그래서 주술사의 집에서 그 여자애를 주인공이 귀신에 빙의돼서 죽이려 하지만, 형사가 이를 막아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주인공의 누나가 주인공 집에서 있습니다. 이번에는 귀신이 주인공 누나의 딸을 꾀어냅니다. 그래서 걔에 또 빙의가 됨)


보면서도 이게 무슨 소린가 생각하실 겁니다. 영화가 그래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유가 나오는 데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하죠.

알고 보니 남편이 아내가 원했던 조건을 맞춘 집을 몰래 만들다가, 가출팸에 들어갔다가 성착취를 당해서 자살하려고 하필 그 주택에 있는 나무에서 목을 맨 고등학생을 구해줍니다.

고등학생을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그 고등학생과 눈이 맞아요. 고등학생은 남편을 사랑하고, 아내의 자리를 차지하려 합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은 남편의 아이를 가졌고, 이를 보여주겠다며 할복합니다. 그러다 계단에서 떨어지고, 공사 중이던 마당 물탱크에 들어가서 죽어요. 그리고 귀신이 됩니다.


?????? 이게 귀신이 된 이유라고?????? 아니,그럴 순 있지. 그럼 귀신일 될 때 고등학생의 감정을 더 끌어올렸어야했는데, 그냥 평이해. 전혀 귀신이 될 것 같지 않아. 오히려 가출팸 친구들 오토바이 타다가 죽었을 때가 더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귀신이 남편 목 메서 죽게하고, 아내의 가족에게는 '나와 이 집에서 함께 살자'라고 합니다.

그래, 이것만 하면 그럴 수 있지. 근데 자기를 괴롭힌 가출팸 애들은 고냥 다 죽여버려요.


뭐여 이게. 원한 설정이 확실하던지, 아니면 진짜 다 죽이려면 그런 악독하고 미친 사이코패스 귀신이 되던지 해야지. 애매하단 말이야.


그리고 아까 남편과 바람난 고등학생 아빠가 주술사라고 했죠? 영화 내내 시종일관 주인공에게 '그 집에서 나오지 말고 죽어!'라고 하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집 주변에 결계를 치고 자기 딸의 악령을 퇴마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목이 540도 돌아가서 죽어요.

이 주술사는 왜 필요합니까? 역할이 뭐예요? 자기 딸의 원한을 풀어주려는 타락한 주술가가 되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주인공을 도와주려는 착한 역할로 나오던지, 쓸데없이 주술사에 대한 정보를 싹 다 숨기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걸, 그러다가 죽어요.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귀신의 욕망이 확실하지 않은데, 이거 뭐 영화 스토리가 흘러가겠어요?

옥수역 귀신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아기 귀신들의 원한'이라는 확실한 동기 그리고 '그 원한이 쉽게 사라질 것 같아?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야'라는 확실한 결말까지 나옵니다.

늘봄가든은 주인공이 빙의된 주인공 누나에게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라고 하자 빙의가 풀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엔 검은 옷(아마 상복으로 추측)을 입고 만삭이 된 주인공이 아까 주술사에게 잡혀있던 여고생을 늘봄가든으로 부르며 영화가 끝나요...


스토리 이렇게 대충 짜실 겁니까?


귀신, 연출법도 정말 아쉽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창고에 갇힌 딸을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과 주인공 누나가 문고리와 사투를 하는데, 갑자기 집안에서 강풍이 불면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나타납니다. 영화관에서 혼자 그 장면을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 뜬금없잖아~

또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 누나에게 귀신이 빙의가 되는데, 너무 긴장감이 없어요. 공포영화라면

초긴장 상태 해소 -> 안정기 ->? -> 귀신이다 이런 흐름이 되어야 하는데 이 흐름이 제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구해준 여고생이랑 사랑에 빠져서 애기를 가지는 게 이게 요즘 시대에 맞는 발상입니까....

무슨 20년 전에도 욕 먹을 줄거리를 반전이라고 가져오면 진짜 김 확빠집니다 감독님....


공포영화도 마블처럼 허구의 영화일 뿐인데. 그 허구성을 부정하면서 '이건 진짜야'라고 말해야하는 공포영화의 역설적인 모습이 공포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늘봄가든은 얘기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아서 모두 못 보여준 것 같아요.


공포영화는 복잡한 장편소설이 아니라 흡입력 있는 단편 소설, 에세이 같은 맛이 나야 장점이 더 살 것 같습니다.


영화보다 영화를 보는 옆자리에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 앉아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는 게 더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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