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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Seeds Nov 13. 2024

나의 옛날 이야기

부드러운 스카치캔디 목소리

그 사람이 너무 궁금했다.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까

일주일이 지났을까, 일을 마치고 나도 모르게 그 남자를 마주쳤던 서점으로 걸어갔다.

'다시 한번 만나면 연락처를 주기로 했었는데 어쩌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왠지모르게  정말 딱 한번만 더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다.

그를 처음 본 후 그의 모습이  머리속에 도장처럼 찍혀있다. 그 사람과 스치듯이 마주치고 잠깐 얘기나눈 것 뿐인데 꿈에서 자주 만났던 사람인 듯 새롭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람에 대한 궁금증인지, 관심인지, 부드러운 크리넥스 티슈에 물기가 스며드는 듯한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한번 더 보고싶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굵은 중저음의 스카치 캔디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귀를 기울여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다정한 말투. 몇 마디 나누어 보진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진심으로 날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명이란게 이런건가, 첫 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건가 하는 생각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코스모스 꽃잎처럼 마음속에서 살랑거렸다.




혹시나 그 사람이 서점안에 있을까 ,

내 숨겨둔 마음을 들킬까,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도록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서점문을 열었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서서 원하는 책을 찾고, 또 읽고 있었지만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휴우...

'그럼 그렇지. 나에게 이런 감정은 어울리지 않지.'

갑자기 폭풍우 속 흔들리던 고깃배 같던  내 심장이  어느새 잔잔해진 바다 처럼 차분해졌다.

마음이 차분해지니 책이라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평소 즐겨읽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코너로 가서  한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곧장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마치고 문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서점으로 들어왔다.

그 남자였다.

우린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심장이 오케스트라 음악의 클라이막스 부분처럼  빠르게 두근거렸다.




나의 옛날이야기

              -조덕배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단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 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철 없었던 지난 날의 아름답던 그 밤들을

아직도 난 사랑합니다

철없던 사람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앗으려 하나 무정한 사람아

수줍어서 말 못했나 내가 싫어 말 안했나

지금도 난 알 수 없어요

이 노래를 듣는다면 나에게로 와주오

그대여 난 기다립니다

무정한 사람아

이 밤도 나의 모든 것을 앗으려 하나 철 없던 사람아

오늘 밤도 내일 밤도 그리고 그 다음 밤도

영원히 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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