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쑥한 차림에 단정히 넘긴 앞머리 때문에 이마가 더 예뻐 보이는 남자였다. 책을 고르던 진지한 모습에 사로잡혀 시간이 멈춘 듯 시선을 옮길 수가 없었다. 마치 그 사람을 찾으러 서점에 들렀던 것처럼 나는 내가 들어간 목적도 잊은 채 멀리서 멍하니 그 남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고개를 들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숙여 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읽는 척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남자 쪽을 바라보려 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가 두렵다.
그래서 친구도, 가족도 거리를 두고 살아온 지 십수 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가 관심이 가는 상대가 생기면 그 사람에 관련된 꿈을 꾸게 되고 곧 그 꿈은 현실로 다가온다.
무서웠다.
다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왜 나는 평범하지 못할까. 왜 평범하게 사랑할 수 없을까...
갑자기 남자가 내게 가까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모르는 척 고개를 들어 눈인사를 했다. 크게 숨을 내 쉴 수가 없었다. 떨리는 내 숨소리를 들켜버릴까 봐...
집으로 돌아와 창 가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몸을 기댔다. 테이블 위에 나를 반기듯 꽂혀있는 노란 국화꽃들이 오늘따라 더 예뻐 보였다.
창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괜스레 마음만 울적해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내 마음속에 잠들어있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와 나는 긴긴밤을 잠 못 들 것 같아 창밖에 비가 내리면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불렀지 네가 즐겨 듣던 그 노래 창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괜스레 마음만 울적해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이젠 나의 희미한 기억 속에 너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너의 슬픈 미소만이 나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 흐르고 있어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너는 나를 더욱 슬퍼지게 해 언제나 즐겨 듣던 그 노래가 내 귓가에 아직 남아있는데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비 오는 소리만 처량해 비 오는 소리에 내 마음 젖었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이젠 나의 희미한 기억 속에 너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너의 슬픈 미소만이 나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 흐르고 있어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너는 나를 더욱 슬퍼지게 해 언제나 즐겨 듣던 그 노래가 내 귓가에 아직 남아있는데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비가 그치고 나면 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