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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Choi Jul 28. 2022

인생 첫 기관 투자. Pre-A 투자_회고

 A.K.A 도찍전아모 & 입되전아모

과거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선배 창업자분들이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를 접하면 항상 궁금했다.
어떤 느낌일까?


개인적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순하게 우리가 잘나서 받았다기보다는 우리를 믿어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감사한 마음도 아주 잠깐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혹시 생겨날지 모를 위험한 순간들 그리고 걱정들을 한 것 같다.

너무나도 큰 돈이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금방 없어질 돈이라는 것부터 생각한  같다.


좀 더 현실적인 비유를 하자면, 학교 졸업하고 취업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돼서 알 듯.


투자 전에는 투자받으면 회사가 엄청 성장할 것 같고, 성공할 것 같고, 방송에 나와 성공한 회사의 누구누구를 모셨습니다. 이렇게 상상을 하지만..


막상 투자 결정을 하고 나면 오히려 책임질 것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신뢰를 깨뜨리지 않아야 하는 분들이 생겨서 책임져야 하는 회사의 식구들 등등 더 큰 무게감 때문에 더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것... 그래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지금의 좋은 기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나중에 힘들 때 이 글을 다시 보고 지금의 이 마음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21년도 7월 스테이빌리티 법인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가장 기분 좋았던 때는 크게 5가지인 것 같다.

1.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믿고 투자를 해준다는 VC를 만났을 때
2. 서울에 1년 동안 금전적인 부담 없는 사무 공간이 생겼을 때

3. 투자사와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

4. 우리가 만든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했을 때.

5. 정말 멋진 빌딩 공간에 우리 본사 입주가 확정되었을 때.


그 외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멋진 독채 풀빌라를 만들어 오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지만, 언젠가 이렇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주변의 도움으로 22년 1월 우리의 다음 먹거리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PF(Project Fund)를 만들어 '무이림'과 같은 단지형 스테이를 만들어 프랜차이즈화 시키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보면 참... 패기 넘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신 여러 기관 투자사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소중한 시간 내어서 저희를 만나주신 심사역님 그리고 파트너님, 대표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에게 주신 냉정한 평가와 피드백들이 있었기에 저희가 놓쳤던 함정과 약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실행과 증명'을 하고 있다 보면 '누군가' 알아본다.


2022년 1월 지금의 건축업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준 동생을 통해서 알게 된 '공유 별장', 별장을 공동으로 소유하여 활용하는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한국시장에서도 통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고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스테이빌리티'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의 팔로워가 2만 명이 되어 갈 때,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별장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시작했고, 단 몇 시간 만에 시장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두 번째 여정에 투자라는 단추가 채워졌다.


생각해보니 선배들이 한 이야기들 중 틀린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과거의 나'이고 가장 큰 은인 또한 '과거의 나'라는 것

그래서 과거의 내 경험의 순간을 되뇌어 보았고 한 가지 기억이 났다.


2014년 대학생 시절에 갔었던, BeGlobal 행사에서 투자자로 보이는 분들의 대화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비즈니스가 잘 돌아가는 회사라면 VC들이 알아서 연락을 하게 된다."라는 것

돌이켜보면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


처음 대표님과 내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 했던 행동은 3가지밖에 되지 않았다.

1. COLD MAIL - 165건 (이것도 첨부파일을 넣고 멘트까지 똑같이 하여 뿌리는 정도)

2.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및 서울 사무실 입주 프로그램 참여 - 7건 (C-Lab, D.DAY, MARU 180/360 등)

3. 기관의 창업 관련 행사 참여 - 총 4건


서류 작성하는 거야 나 혼자 그냥 써서 제출하면 돼서 대표님한테 공유도 하지 않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원했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믿기지 않게 'Cold Mail'에서 너무 큰 반응을 얻었다.


투자와 관련된 여러 행사에 가면 'Cold Mail'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간혹 보였는데,

대부분 "Mail 보내도 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보내지 마세요..."였다.

그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전달드리고 싶다.

"전혀 안 그렇던데요? 너무 답장이 많이 와 오히려 놀랬습니다.. 너무 세상을 개인의 경험대로 말씀하신 것 아닐까요? 저희는 Cold Mail로 정말 큰 VC 분들과 미팅을 했으니까요."

제가 경험한 대로 말하자면, Cold Mail은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실 다른 예비창업자 혹은 창업자 분들은 Cold Mail을 보내는 것에 어려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히려 어려워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인 것 같습니다."

은근히 Cold Mail에 답장이 오지 않는 것에 화를 내시거나 낙담을 하시는 창업자분들이 있는 것 같다.
혹시 화가 나거나 원망스럽거나 그런 마음이 든다면 스스로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다시 해보시는 시간을 가지시길 권장드린다.
답장이 오지 않는다면 그건 '설득'을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최소한 저의 경험은 그렇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거나 디자인이 예쁘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 3자가 설명 없이 사업계획서의 장표를 봐도 페이지별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전달이 되고 이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표현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감사하게도 우리는 잘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역에서든 어디에서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기관에서 하는 행사를 참여하는 것도 우리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상황이다. 우리는 당시 IT 혹은 Tech 기업이 아닌데, 'TIPS'를 도전하고자 하는 기술 기반의 회사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행사에서 기술 설명이 아니라 그냥 IR 발표를 했었다...(비교하자면 미스코리아를 선정하는 자리에 '미스터'가 나간 것...)


여기는 TIPS 관련한 발표 자리인데, 왜... 사업계획서 발표를 한 것일까..

그냥 그런 건지 몰라서 그냥 했던 것 같다.

더 정확하게는 "그냥 가서 발표하시면 돼요.라는 전화 한 통에.. 그냥 간 것이다."


그곳에서 벤처 1세대 기업이자 투자사의 상무님이 우리에게 명함을 주셨고, 너무나도 감사한 말씀을 해주셨다. "대표님, 이사님 저는 그냥 사업을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판교에서 한번 더 보시죠."


대표님과 엘리베이터에 올라가는 자리에서는 그게 이번 투자의 인연이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상무님 덕분에 우리는 TIPS라는 프로그램까지 도전을 하게 되었다.

 


번외


4. 인스타그램 DM


그리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인스타그램 DM이다.

스테이빌리티는 기본적으로 대중들이 좋아하는 퀄리티 있는 건축 레퍼런스광고력(콘텐츠) 그리고 공간 운영 능력주력 무기인 팀이다. 그래서 강점 중 하나인 광고력으로 3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우리 인스타그램 채널로 모든 광고와 영업을 한다.


그런데 LP분 들도 GP분들도 '사람'이다.

그분들도 인스타그램을 하고 유튜브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

DM을 통해서 '투자 미팅'을 요청하셨던 투자사 중 한 곳이 우리의 인생 첫 투자사가 되어 주셨다.


처음 이런 연락이 DM으로 왔을 때 우리는 "뭐지??" 했었다.

대표님이랑 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시하지 않고, 그냥 물어보는 타입이었고, 어떤 분이신지 여쭤보았다.
그리고 온 답변들 중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만한 창투사의 심사역님이 있었고, 재야의 숨어 있는 고수 중의 고수인 VC 대표 파트너님이셨다.


그러고 깨달았다.

아 결국에 좋은 제품 또는 서비스가 있다면 '광고'를 잘하는 것, 사람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누적(고정 팔로워)이 되는 상황을 만들면 결국 누군가 관심을 보이고 연락을 한다는 것.


오히려 우리를 미리 팔로워하고 계신 분을 상대로 투자 이야기와 시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IR을 하는 것이 더 쉬웠던 것 같다. 이미 우리의 행보를 알고 계시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알아챈 것이 있다.


5. IR도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


설립 초기에 투자해주신 상장사 CFO분께서 주신 피드백이었는데, IR은 5번 정도 하고 나면 대부분 VC 분들이 자연스럽게 안다는 것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것도 전제 조건은 그냥 5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설득이 되는 IR이어야 한다는 것.)


IR도 너무 많이 하면 독이다.라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우리에게 투자를 하겠다고 결정해주신 분들을 포함한 모든 분에게 들었던 가장 기분 좋은 말들이 있었다.

"대표님과 이사님이 너무 좋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대표님, 이사님 저는 그냥 사업을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지방 창업한 팀 중에 이렇게 준비가 되어 있는 팀은 처음입니다."
"저는 두 분의 회사도 회사지만, 두 분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가 전달드리는 피드백들이 TMI가 아니라 애정이라고 봐주세요"


결국 이 말들은 투자를 위한 결정에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바로 '사람'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왜 정답은 항상 가까이 있는데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우리는 건축 의뢰를 받아서 독채 풀빌라를 만드는 팀이다.

계약서를 쓸 것 같은데 결국 계약을 안 하시는 분들을 그렇게 여럿 만나왔으면서 왜 모를까..

'텀시트'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곳들 전부 아쉽게 "건강하십시오"라는 말로 인사를 드리면서 왜 모를까..

우리의 가장 큰 적은 '과거의 나'라는 것. 또 똑같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된다.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까지는 될 것 같은데? 할 것 같은데? 잘 될 것 같은데? 라며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자신이 만들어 낸 착각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


그 착각 속에 빠져 망상을 하고 내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투자는 투자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도찍전아모', '입되전아모'

투자도 계약도 모든 건 '도장 찍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입금되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계속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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